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국내 배치와 관련해 갑작스럽게 경남 양산 천성산이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면서 부산·울산·경남 지역이 들썩이고 있다. 양산은 행정구역으로는 경남이지만 인구밀집지역인 부산·울산과도 인접해 있어 지역 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양산 천성산 왜 거론되나

천성산 미사일 기지는 이 천성산의 정상 부근인 평산동 산 171 일원 9만 6000여㎡ 부지에 위치해 있던 옛 방공부대 기지를 말한다. 나이키 허큘리스 미사일 12기가 배치됐던 이 기지는 2003년 미사일이 모두 퇴역하면서 사실상 폐쇄됐다. 그 이후 미사일 기지 내 있던 대형 송수신 시설과 건물 등은 2013년 모두 철거됐으며 현재는 빈터로 남아있다. 2006년 2월에는 군사보호구역에서 해제된 상태다.

과거 미사일 기지 운용 지역
정부, 군사적 효용성 판단한 듯

고리 원전서 15㎞ 이내 위치
부산·경남 800만 명 생존권 위협
주민·정치권 거세게 저항

양산시는 이곳 주변에 대해 2010년 11월 공원 조성 계획을 세우고 단계별로 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양산이 새롭게 사드 배치 후보지로 거론되는 것은 과거 미사일 기지로 운영되면서 군사적 효용성이 이미 검증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양산과 함께 새롭게 사드 배치 후보지로 거론되는 영남권 지역(경북 성주·포항·예천 등)의 공통점은 공군의 지대공 미사일인 나이키나 호크 미사일이 과거 운영됐거나 운영되고 있는 지역이다.

국방부는 나이키나 호크 미사일 운영 경험을 통해 이들 지역이 작전성·기지 구축 편의성 등 군사적 효용성을 이미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양산 천성산 부지는 현재 후보지역 가운데 가장 남쪽에 있어 '다중 요격'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으로 분석된다.

■양산 배치 문제점은

양산은 부산·울산 등 동남권의 대도시와 경계가 맞붙어 있다. 후보지로 거론되는 천성산 반경 30㎞ 내에 부산 해운대와 울산 시내 전역이 포함될 정도로 가까운 거리다. 또 세계 최대 원전밀집지역인 고리원전으로부터 직선거리로 불과 15㎞ 이내에 있어 위험성이 높다. 더불어민주당 서형수(양산을)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경남 양산은 고리원전으로부터 직선거리로 불과 15㎞ 이내에 근접해 있고, 신고리 5, 6호기의 신규 건설 계획까지 확정되어 무려 10기의 원전이 몰리게 되어 있는 세계 최대의 원전 집적지"라며 "부산과 울산 등 주변 800만 주민들의 재산과 생존권에 큰 위협이 된다"고 밝혔다.

거기다 북한은 사드 배치 지역을 '타격 원점'으로 설정해 공격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만에 하나 북한의 타격으로 고리원전이 피해를 입게 된다면 동남권 주민들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재앙이 될 수 있고, 이는 한반도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일이 된다.

이와 함께 사드의 사정거리가 200㎞라는 점을 감안하면 양산 천성산 기지가 서울이나 수도권은 물론 육군본부가 있는 계룡대 등의 지역을 보호하는 데에는 큰 효과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정치권·시민단체 극렬 반발

새누리당 윤영석(경남 양산갑) 의원은 11일 천성산 부지가 사드 배치 지역으로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만나 강력히 항의했다. 윤 의원은 "사드 배치 지역 결정은 밀실에서 할 것이 아니라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며 "배치 지역 선정에 있어 시간을 두고 적합성을 면밀히 평가해야 함과 동시에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산시의회(의장 정경호)도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천성산 사드 배치는 양산뿐 아니라며 "이들 지역 전 주민과 함께 사드 배치를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