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테러범들에게 잔혹하리만큼 강경하게 대응합니다. 테러범들이 러시아를 두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질이 최우선인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러시아는 '테러범들의 전멸'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많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실패라고 하기에도 애매하고 성공이라고 하기에는 더욱 더 애매한 모스크바 극장 인질 구출 작전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당시 실제 CCTV 영상을 캡쳐한 사진이기에 화질이 안좋다는 점 이해 부탁드립니다.)
월드컵열기가 아직 식지 않은 2002년 10월 모스크바에 있는 극장에 테러범 집단이 습격합니다. 숫자는 42명으로 체젠 반군의잔당들이었습니다. 특이한 사항이 있는데 42명 중 18명이 바로 여자라는 점입니다. 러시아 특수부대에 의해 사살된 체첸 지도자의 가족으로 앙심을 품고 몇 달동안 준비한 습격이였습니다. 그들의 요구는 간단하면서 어려운 것이였는데, 체첸에서 러시아가 당장 철수하라는 요구였습니다.
1994년부터 시작된 러시아와 체첸 전쟁은 당시 체첸에게는 굉장히 불리한 상황이였고, 테러범들은 '자신의 나라를 지킨다'는 명분을 갖고 있었고 러시아는 체첸에서 군대를 물리려고 하지 않았기에 협상은 애초부터 불가했습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이 두브로브카 극장이 러시아의 대통령 궁인 크렘린에서 불과 5키로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크렘린에서 업무를 보고 있던 푸틴 대통령은 언제나 그랬듯 테러범과의 협상은 절대 없다고 밝힙니다.
결국 푸틴 대통령은 무력 진압을 선택하는데 이는 다른 작전과는 다르게 상당히 어려운 작전이였습니다. 먼저 첫 번째 인질이 무려 900명이 넘게 잡혀있었고, 둘째는 밀폐된 극장 안이라는 점과 셋째테러범들이 전쟁 경험이 많다는 것과 마지막으로는 테러범들이 극장 여기저기에 설치해놓은 폭발물이 문제였습니다. 테러범들 스스로자살 특공대라고 불릴만큼 자신의 안위는 신경 쓰지 않았기에, 언제든지 900명의 인질과 동반자살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러시아가선택한 것은 역시 특수부대 투입. 한국에 관련하여 유명한 일화가 있는 알파 부대가 투입되었습니다. (1995년 러시아에서연수중이던 현대그룹 직원들이 인질범이 되었는데 알파부대가 투입하고 10초만에 인질을 구출한 유명한 일화입니다.) 알파부대는 약 250명의 정예로 조직되어 있는 러시아의 대표격 대테러부대입니다.
본론으로 돌아가 900명의 인질 관리가 부담이 되었는지 첫 날 테러범들은 100명이 넘는 인질을 석방했습니다. 이 때 웃지못할 헤프닝이 있었는데 인질극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몰랐던 극장 직원이 극장으로 걸어갔고 테러범들은 이를 특수부대로 오인. 발포하여 사살했습니다.
인질도 테러범도 포위하고 있던 특수부대도 지쳐갈 3일 째 되던날 푸틴 대통령은 결단을 내립니다. 무력에 의한 진압을 명령하는데 이때 두가지 안이 제시됩니다. 첫 번째는 섬광탄을 터뜨리고 총으로 제압하는 방법이였고 두 번째는 수면 가스를 살포하여 무력화 하는 방법이였습니다. 첫 번째의 경우는 아직 700명이 넘는 인질이 있었기에 무리였고 두 번째 수면가스 발포안으로 선택 됩니다.
수면가스가극장 안으로 흘러들었고 이를 눈치 챈 테러범들은 방독면을 쓰며 진입해오는 특수부대에게 총격을 가합니다. 18명이 여자라고는 하나40명이 넘는 인원이 총을 난사하니 알파 부대도 쉽게 요격할 수 없었고 이들의 총격전은 1시간 이상이나 계속 됩니다. 간신히입구로 들어선 알파 부대는 보이는 대로 테러범들을 사살합니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였는데 테러범이 폭발물을 터뜨린다면 알파부대는 물론이고 인질도 절대 무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무력진압을 시작하고 2시간 후 테러범들은 모두 사살되었으나 방독면이 없던 인질들도 수면가스(펜타닐)에 의식을 잃고 호흡곤란을 보이며괴로워했습니다. 결국 테러범 및 알파부대에게 총격을 당한 인원과 펜타닐에 의해 사망한 인질은 무려 129명이나 달했습니다. 당시우리나라를 포함한 각 나라에서는 러시아가 테러범을 제압하기 위해 독가스를 투입했다!라고 보도했지만 펜타닐은 분명 위험한 가스이긴하지만 독가스는 아니였습니다.
▲치료를 받고 있는 여성을 바라보는 푸틴 대통령
하지만무려 1시간 넘게 총격을 지속했고, 인질을 치료할 의료진 출입이 차단되는 등 후속조치가 엉망이였기에 129명의 인질이 사망하는사태가 발생한 것입니다. 900명의 인질 중 129명이 사망한 이 사건은 성공적인 구출작전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것이 각 언론의판단이였습니다.
이 사건을 보고 "러시아는인질의 구출보다는 테러범의 전멸을 우선시한다" 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러시아 당국은 이를 전면부인하고있습니다만...사상 최악의 베슬란 학교 인질사건을 보더라도 어느정도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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