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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VS 소련 특수부대 대결

글쓴이 : 히든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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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년 3월2일 중국의 동북만주와 소련 프리모르스키지역 사이를 흐르는 우수리강상의 `젠바오'섬(全寶島) 주위에서는 하루 종일 중국과 소련의 국경경비대 간에 치열한 격전이 벌어졌다. 소련군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교전은 중국군에 상당한 피해를 입혔다. 타격을 입은 중국군은 그러나 즉각 반격에 나서지 않았다. 때를 기다리자는 속셈이었다.

소 련군도 중국군이 즉각 반격을 하지 않자 공격을 멈췄다. 그러나 중국군은 결코 반격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같은달 14일 중국군은 수만의 병력과 기갑장비들까지 동원해 반격을 가했다. 허를 찔린 소련군은 극동군 소재 정예병력과 최신화포로 공격에 맞섰다. 다음날까지 이틀 동안 계속된 교전으로 양측 모두 상당한 피해를 입고 다시 이선으로 후퇴했다. 이로서 양측은 무승부를 기록하게 됐다.

그렇다면 왜 양측은 보잘것없는 젠바오섬을 놓고 다른 사회주의국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혈전을 벌였을까? 당초 양측은 협정에 따라 우수리강의 주류를 국경선으로 책정했다. 이런 협정은 한동안 잘 지켜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 러나 68년 여름 발생한 우수리강지역에서의 홍수는 양측 관계를 긴장으로 몰기 시작했다. 홍수로 우수리강의 주류가 바뀐데다 설상가상격으로 중국령인 젠바오섬의 일부가 떨어져나갔다. 다시 겨울로 접어들면서 강이 얼어붙자 양국 경비대원들은 자연스레 젠바오섬에서 마주치게 됐다. 처음엔 양국 경비대원들은 서로 담배를 교환하는 등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했으나 점차 시간이 흐를수록 영토소유권을 둘러싼 언쟁으로 전개됐다.

언쟁이 지나치다보면 결국 주먹싸움으로 가는 법. 먼저 시비를 건 측은 중국군이었다. 그들은 왜 자기네 영토에 함부로 월경하느냐며 소련군 경비대원들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결국 패싸움으로 까지 발전된 이 난투극에서 승자는 소련측이었다. 무엇보다 체구면에서 중국군은 소련군의 상대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흠씬 두들려맞았는데도 불구하고 중국군들은 다음날에도 어김없이 조우한 소련군과 패싸움을 벌였다. 이번에도 역시 승자는 소련군이었다. 일련의 패싸움에서 중국군 사병 일부가 사망하기도 했다.

체 면이 구겨질대로 구져진 중국군은 새로운 반격을 시도했다. 일반보병인 경비대원들을 최정예 특수부대원들로 모두 교체한 것이었다. 교체된 병력은 동북지역을 관장하는 제49야전군에 배속된 특수부대원들이었다. 난투극을 촬영하기 위해 파견된 기자 역시 특수부대 소속 교관요원들이었다. 이들은 모두 무술 유단자들이었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소련군은 마주친 중국경비대원들을 놀려대기 시작하면서 양측간에는 자연스레 패싸움이 일어났다. 그러나 이번엔 전혀 달랐다. 체구만 믿고 주먹을 휘두른 소련군들은 민첩한 중국군특수부대원들에게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했다. 소련군은 부상자들을 데리고 서둘러 퇴각했다.

갑 작스런 패배에 당혹한 소련군경비대장은 퇴각한 부하들로부터 정황을 보고받았다. 격투술 솜씨 등을 검토해본 결과 새로 교체된 중국군이 일반 보병이 아닌 특수부대원들이라는 결론을 얻게 됐다. 이를 상부에 보고하면서 소련군경비대장은 자신의 휘하에도 특수부대원들을 배속시켜줄 것을 요청했다.

상부에서는 경비대장의 이런 요청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보고한지 며칠도 되지 않아 극동방면군 소속 특수부대원들이 경비대에 배속됐다. 그는 젠바오섬을 관할하는 경비대원들을 특수부대원들로 바꿨다. 바야흐로 소련과 중국군 특수부대가 맞부딪히는 순간이었다.

중국군에 대한 복수극을 위해 구성된 소련군 특수부대의 지휘관은 겉보기엔 정상인이 아니었다. 다리를 저는 장애인이었기 때문이었다.중국군들은 그를 `절뚝발이 중위'로 놀려됐다.훈련 도중 발목근육을 다친 그는 겉보기엔 정상인의 걸음걸이는 결코 아니었다. 그러나 사람은 겉으로만 판단할 수 없는 법. 신체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최정예특수부대에 근무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뭔가 비상함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무엇보다 그는 복싱 실력이 출중했다.

`절뚝발이 중위'의 출현은 전세를 역전시켜놓았다. 그에게 달려든 중국군은 하나 같이 온전히 코뼈를 유지하지 못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중국군 사이에서는 우스게 소리가 하나 유행했다. "절뚝발이 중위와 맞짱을 뜰 수 밖에 없다면 아예 마누라 얼굴을 다시 볼 생각은 버리라"는 조크였다.

그 러나 이런 조크는 결코 과장되지 않았다. 복싱에 천부적인 소질을 타고난 그는 무엇보다 상대방의 안면부에 대한 잽이 탁월했다. 왼팔은 공격에, 오른팔은 방어에 사용하라는 무술을 익혀온 중국군으로서는 불시에 날아온 `절뚝발이'의 주먹공세에 당할 재간이 없었다(이후 중국군 특수부대는 호신술교육 내용 중에 복싱을 추가했다).
만만하게 본 상대방으로부터 묵사발이 된 중국군 특수부대는 자존심이 이만 저만 상한 것이 아니었다. 상부로부터 불호령이 떨어졌다. 장애인이 지휘하는 오합지졸들에게 중국군 가운데서도 최정예로 소문난 제49집단군 소속 특수부대원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질 줄을 예상치 못했던 상부로서는 노발대발한 것이 당연했다. 상부의 불호령을 받은 제49 집단군 지휘부는 서둘러 묘안 찾기에 나섰다. 묘안은 의외로 가까운데서 발견됐다.

산 동성 출신으로 `산동꼬마'(小山東)이라는 별명을 가진 특수부대 소속 초급장교였다. 산동성은 옛부터 무술의 본고장으로 정평이 난 곳이었다. 그런 출생지에 걸맞에 그 역시 무예가 출중했다. 적어도 공포의 대상인 `절뚝발이 중위'와는 일대일로 맞붙여도 상대가 된다는 판단을 내린 집단군 지휘부는 그를 젠바오섬 경비대로 전출시켰다. 경비대로 전출된 그가 맨먼저 착수한 작업은 경비대원들에게 목봉술훈련이었다. 그의 생각은 간단했다. 패싸움에서 흉기를 사용했다는 빌미를 잡히지 않고 체구가 큰 상대방을 쉽게 제압하기 위한 방법 가운데서 가장 좋은 것이 목봉술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목봉이 흉기로 취급되지 않는다는 것도 또다른 이유였다.그는 경비대원들에게 집중적으로 목붕술교육을 실시했다. 처음 이 훈련에 대해 시근퉁한 반응을 보이던 경비대원들도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숙달되어 갔다.

`산동꼬마'의 출현을 눈치채지 못한 소련군은 머지 않아 다시 시비를 걸어왔다. 시비는 또다른 패싸움을 불러왔다. 그러나 이번 경우엔 상황이 판이하게 전개됐다. 막상 패싸움이 시작되자 중국군 경비대원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군복 소매 사이에서 뭔가를 꺼내 들었다. 바로 목봉이었다. 큰 체구와 주먹만을 믿고 중국군에게 달려든 소련군들은 이내 묵사발이됐다. 그 광경을 지켜본 `절뚝발이 중위'가 가만 있을 까닭이 없었다. 분에 못이긴 `절뚝발이 중위'는 바로 눈 앞에 있는 자그마한 체구의 중국군 경비대원에게 주먹을 날렸다. 그러나 주먹이 미처 상대방의 안면에 닿기 전에 코 부위에서 엄청난 아픔이 느껴졌다. 동시에 옆구리에도 똑같은 충격이 가해졌다. 그는 순간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그를 가격한 상대방은 바로 `산동꼬마'였다. 코가 부러져 얼굴이 온통 피투성이가 된 상황에서도 `절뚝발이 중위'는 결코 쓰러지지 않았다. 그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뒤 `산동꼬마'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허사였다. 어느새 상대방은 준비한 목봉과 민첩한 발길로 중위에게 집중타격을 가했기 때문이었다.

상황이 불리한 중위는 순간적으로 권총을 꺼내들고 `산동꼬마'를 향해 발사했다. `산동꼬마'가 총에 맞고 쓰러지자 강을 사이에 두고 이 광경을 지켜본 양국 경비대는 기다렸다는 듯이 교전에 들어갔다. 바로 우수리강사건을 촉발시킨 계기가 된 것이었다.

결국 우수리강사건은 양측 특수부대원들 사이에 자존심을 내건 `힘겨루기'에서 발생한 셈이다. 후일담이지만 `산동꼬마'는 7발의 총알세례를 받았으면서도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중국정부는 그해 8월1일 그에게 `영웅'칭호를 내렸다. 이날은 중화인민공화국군이 창설된 날이기도 했다. 이후 `산동꼬마'는 매년 이날만 되면 자신의 옛부대를 찾아 그때의 일화를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한편 이 사건 이후 `절뚝발이 중위'의 행방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그의 행방을 두고 온갖 억측이 나돌았다. 워낙 상처가 심해 병원에 후송된 뒤에 얼마되지 않아 불귀의 객이 됐다느니 패배의 책임을 지고 시베리아 강제노동수용소에 끌려갔다느니 온갖 억측이 나돌았으나 정확한 행방은 아직까지 베일에 가려진 상태다.

그러나 이 사건은 양국 특수부대원들에게 몇가지 교훈을 가져다줬다. 그 가운데서 가장 큰 영향은 서로의 장점을 본따 훈련내용 속에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즉 중국군은 복싱을, 소련군은 목봉술을 각각 특수부대원들에게 이수시켰다는 사실이다.

2차례의 교전 직후 핵전쟁 단계까지 갈뻔했던 우수리강사건은 결국 같은해 9월11일 당시 북베트남(월맹)의 국부였던 호지명(湖志明) 장례식에 참석하고 귀국길에 오른 알렉세이 코시긴 당시 소련 총리의 북경 방문으로 일단락됐다. 역사적인 사건의 배후에 양국이 자랑하는 특수부대원들이 깊숙히 개입됐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출처 - 유용원의 군사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