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news.naver.com/mnews/article/003/0011265581?sid=104

전세계 사망률 1.18%인데 북한은 0.002%

20세 이하와 61세 이상 사망자수 동일

미국 경우 60세 이상 25배~330배 높아

환자수 많다며 사망자수 크게 줄이는 건

봉쇄 필요와 공포 억제 동시 고려한 조작 가능성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북한이 코로나19가 발생했다고 밝힌 뒤 매일 발표한 발열환자수와 사망자수 통계가 정확하지 않으며 다른 나라들의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경험과 많이 다르지만 전국적으로 환자가 발생해 상황이 발표된 것보다 나쁠 가능성이 크다고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 노스(38 NORTH)가 23일(현지시간) 분석했다.

38노스는 데이터 수집, 검사 능력 부족, 고의적인 오도 등 때문에 북한 발표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그같이 지적했다.

우선 지난 21일까지 모두 73명이 사망했다는 발표는 북한 인구의 18%에 달하는 470만명이 감염된 것을 감안할 때 지나치게 적다. 백신 접종을 전혀 하지 않은 북한의 사망률이 0.002%에 불과하다는 뜻으로 다른 나라의 경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 환자 사망률은 1.18%이며 선진국인 한국은 0.13%, 일본은 0.3%로 평균보다 낮다. 북한과 비슷한 수준의 개발 도상국의 경우 미얀마 3.7%, 차드 2.6%, 라오스와 베트남 0.4% 등이다. 북한처럼 최근까지 전면적으로 국경을 봉쇄했던 뉴질랜드의 경우 0.1%다.

북한의 사망률이 지나치게 낮은 점에 더해 사망자가 발생한 시점도 의문이다. 코로나 사망자는 대부분 감염 뒤 2~3주안에 사망하지만 북한의 경우 사망자 대부분이 코로나 발생 초기 환자수가 급증하기 전에 발생했다.

북한은 코로나 감염이 지난 4월에 시작됐다고 발표했으며 지난 달 12일 18만7800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환자수는 일주일 뒤인 지난 달 19일 75만4810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사망자수는 지난 달 13일과 21일에 가장 많았다. 환자가 급증한 뒤 2주째와 3주째 사망자는 하루 1명이 안됐다.

북한의 코로나 사망자 통계도 이례적이다. 지난달 17일 북한 방송 보도에 따르면 당시까지 총사망자 56명 가운데 61세 이상의 사망자수와 20세 이하의 사망자수가 동일하다.

미국의 질병통제센터(CDC)는 미국의 경우 60세 이상의 코로나 환자 사망률이 18~29세 환자 사망률의 25에서 330배에 달한다. 한국의 경우 20세 이하 사망자는 31명인 반면 60세 이상 사망자는 2만2859명이다.

60세 이상 사망자와 20세 이하 사망자가 같은 나라는 전세계에서 한 곳도 없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지난달 17일 이후 연령별 사망자 통계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팬데믹 발생 초기 북한 당국은 사망 원인 통계를 발표했으나 이는 더 혼란스럽다. 사망자수가 56명이라고 발표될 당시 29명이 코로나가 아닌 약물 남용과 부작용으로 숨진 것으로 발표됐다.

감염이 시작된 뒤 관영매체들은 "발열환자" 통계를 발표했으며 이는 코로나 19 확진자의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3일 처음 환자 발생을 발표할 당시 오미크론 BA.2 변이 감염으로 사망한 사람이 6명이었으며 나머지는 원인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후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 통계는 발표되지 않았다. 검사 능력이 부족한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몇 주 새 관영 매체들은 검사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지난 14일에는 "보다 빠르고 과학적인" 연구실 검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북한 당국이 코로나 감염으로 확인된 사망자수의 일부만 발표했다면 이것이 사망자수가 크게 적은 이유일 가능성이 있다. 이게 맞다면 실제 사망자수는 발표된 것보다 헐씬 많을 가능성이 있다.

또 코로나 감염이 아닌 다른 질환으로 사망한 것일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 19일 국가정보원은 의회에서 일부 발열환자가 홍역이나 장티푸스 환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으며 지난주 북한 언론은 해주시에서 장염환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북한 매체들은 지난 9일 이를 재확인했으며 "코로나 환자와 다른 질병으로 인한 발열환자를 정확히 분류하는" 작업이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환자수 급증이 대부분 코로나 감염 때문일 것으로 보고 있다.

통계 수집 방법에도 의문이 있다. 보건당국에 의한 집계인지, 환자 자신의 보고인지 아니면 표본조사에 따른 것인지가 불분명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의로 통계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 감염확산을 잘 막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지역당국자들과 여론을 조작하려는 국가 차원의 선전에 따른 것일 수 있다.

북한은 팬데믹 시작 이래 2년 넘게 코로나 환자가 1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발생 규모와 평양 등 주요 도시 봉쇄 필요성 때문에 발생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이 발표하는 통계가 외국이 아닌 북한 주민들을 의식해 이뤄지는 것임을 감안할 때 상황이 심각함을 알려 대중이 보건조치를 잘 지키도록 하려는 것이 통계를 발표하는 목적일 수 있다. 동시에 정부는 공포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김정은이 희생적으로 대처하고 있음을 강조해왔다.

환자 발생이 많다는 점은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것인 반면 적은 사망자수는 시민들이 공포를 갖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 따라서 국가가 사망자수를 의도적으로 줄였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북한 주민들도 환자수에 비해 사망자가 적은 것에 의문을 제기한다. 지난 9일 북한 매체는 "의료 검진, 검사, 치료의 과학적 정밀성, 신속성,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내부에서 사망자 통계에 대한 의문이 있음을 시사한다.

세계보건기구(WHO)조차 북한의 코로나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WHO의 북한 코로나 통계는 북한이 발표하는 것만 반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