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운하와 글로벌 해상 물류의 경쟁 대상이 될 세계 최대 규모 니카라과 대운하가 숱한 논란 끝에 착공에 들어갔다.
니카라과 운하는 중국이 공사비 전액을 투입하는 ‘해상 실크로드’ 구축 프로젝트 중 하나다. 오래전부터 눈독을 들였던 미국은 눈뜨고 뒷마당을 내준 격이 됐다.
니
카라과 운하가 건설되면 북미 셰일가스 운송의 가장 큰 ‘혈관’이 될 게 뻔한 데 이를 세계 패권 경쟁 대상인 중국 손에 쥐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군함 등 군사력 이동에도 니카라과 운하가 훨씬 유리할 것으로 예상돼 향후 지정학적 패권 경쟁에 미칠 영향도 상당해
보인다.
22일(현지시간)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과 운하 건설업체인 홍콩니카라과운하개발(HKND)을 대표하는 중국 사업가 왕징(王靖) 등은 이날 수도 마나과에서 니카라과 운하 착공식을 개최했다.
공
사는 수도 마나과에서 130㎞ 떨어진 니카라과 운하의 태평양 쪽 진입로인 브리토강에서부터 시작됐다. 동남부 카리브해 연안의
푼타고르다에서 니카라과 호수를 거쳐 브리토까지 총연장 278㎞ 구간에 건설될 니카라과 운하의 건설비는 500억달러, 건설 기간은
5년, 운영 시점은 2020년으로 HKND는 예상하고 있다. 니카라과 운하는 미국이 인근 파나마에 건설한 파나마 운하보다 3배가 길고 수용 물동량도 2배가 넘는다.
니카라과 정부는 지난 8월 중국 HKND와 100년간 운영권 계약을 맺었다. 니카라과 정부가 중국에 대규모 국책사업을 내준 까닭은 자금 문제 때문이다. 공사비를 전액 HKND가 부담하는 데다 운하건설로 니카라과는 25만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발생하고 국내총생산(GDP)이 2배로 증가할 것이라는 게 정부 계산이다.
나카라과 운하가 중국 손에 넘어간 데 대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선 견제가 심하다. CNN과
이코노미스트지 등은 최근 보도를 통해 “막대한 규모의 재원 조달을 중국 정부가 아닌 일개 건설회사가 감당할 수 있을지, 또 최대
식수원인 니카라과 호수의 환경오염 문제, 토착 원주민의 이주 문제 등이 상당히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우려의 시선 뒤에는
미국의 가장 큰 밑천이자 자원전쟁의 무기인 ‘셰일가스’를 운송하게 될 대동맥을 중국 손에 빼앗기게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 처지에선 현재 개발하고 있는 중남미와 아프리카의 원자재 핵심 운송로를
확보할 수 있다. 아울러 비상시에는 군함 등 군사력 파견에도 유리한 입지를 점하게 된다. 스티븐 솔로몬은 자신의 최근 저서인
‘물의 세계사’를 통해 “미국이 경제·군사적 초강대국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역시 파나마 운하를 빼놓고 설명하기 힘들다”고 말했을
정도다.
운하를 둘러싼 강대국 패권 경쟁이 커지고 있는 것도 알고 보면 자원전쟁의 한
단면이라는 얘기다. 니카라과 운하의 경쟁 상대인 파나마 운하는 2007년부터 확장 공사 중인데 일본이 가장 많은 공사비용을
투자했다. 이 역시 북미 셰일가스 수입의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제2
수에즈 운하건설’(총연장 72㎞)을 발표한 이집트는 외국 투자를 거부하고 자국 자본으로만 공사하겠다고 선언했다. 자국 영토를
둘러싼 제3국의 패권 경쟁을 더 이상 지켜보지 않겠다는 의미다. 운하는 군사·지정학적 패권과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군함 등
군사력의 주요 해상통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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