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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서면 영광도서에 가서 이책,저책 훑어보다가 '약산 김원봉 평전'이 눈에 띄어서
10분정도 서서 읽다가 사게 되었다.
고등학교 국사시간에 들어봤었던 '김원봉의 의열단'...
그리고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에서 등장인물의 대사를 통해서만 나오던 '김원봉장군'...
(극중 김기문(이정길)의 대사를 통해서 였던것으로 기억된다.)
딱 그정도의 배경지식만 가지고 있었는데..책을 사서 읽게 되었다.
일제시대때 일제가 가장 두려워 했던 항일투사..
일제시대 내내, 끊임없는 투쟁으로 일제를 타도해야 한다던, 강경파 항일투사...
일제와 가장 타협이 없었던 항일투사를 꼽자면 약산 김원봉, 그리고 단재 신채호 라고 한다.
김원봉은 단재 신채호를 찾아가 '의열단 선언'(조선혁명선언)을 써줄것을 부탁했다.
의열단 선언...해방이 되고, 65년여의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 봐도 가슴이 뜨거워질정도의 문장이었다.
일제의 침략에 수많은 무고한 생명들이 죽고, 국토가 짓밟히는데, 외교를 부르짖는자는 누구이며,
준비론을 부르지으며 일제와 타협하려는자는 누구냐? 면서 온건론자들을 질책하며
투쟁으로서 조국의 독립을 쟁취해야 한다는것이 주된 내용이다.
"푸른날이 쓸데 없으니, 칼아 나는 너를 위하여 우노라!"..일제에 대하여 칼날처럼 살았던 단재 신채호
아나키스트 활동중 잡혀 옥고를 치르던중, 보석도 거부하고 돌아가셨다.
약산 김원봉은 의열단을 통해 일제에 대한 수많은 의열투쟁을 감행하였다.
김익상,박재혁,김지섭,김상옥,최수봉 등 많은 의열단원들이 목숨을 바쳐서 일제에 항거하였고,
의거후 잡힌 후, 일제의 모진고문에도 뜻을 굽히지 않고, 당당하게 순국했다.
이러한 일화가 있다고 한다. 일제시대떄 누가 일본 순사들에게 잡혔는데, 경찰서에서 거짓말로
"나는 의열단 단원이다."라고 외치니, 주위에 있던 순사들이 모두 혼비백산해서 도망쳤다는 이야기..
그정도로...의열단은 당시 일제에게 있어서 공포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일제를 떨게했던 의열단의 단장 김원봉이었지만, 해방이후 대한민국은 그가 설 자리가 없었다.
임시정부내에서 김구와 더불어 양대 지도자였다고 한다. 서열을 따지자면, 2인자...
그러나...김원봉은 일제에 대한 의열투쟁을 위해서는 사상이 어떻든 뭐가 중요한가?라고 하던
민족주의자였었다.
그렇기 때문에, 남과 북으로 갈라진 조선에서 그가 설곳은 없었던게 어쩌면 당연한일일지도 모르겠다.
해방이후 남한에서 활동하던 김원봉은, 어느날 일제시대떄 독립군 잡아 고문하던 고등계형사
'노덕술'에게 잡혀가서 3일간 모진 취조를 당하고 풀려난다.
일제시대 일제가 벌벌 떨던 의열단의 단장이자, 임시정부의 2인자...그런인물이, 해방된 조국에서
일제시대때 일제의 사냥개 노릇을 하던 노덕술에게 뺨을 맞는등의 수모를 당했다고 하니...
심정이 어떠했을까?...
(그 사건의 배경은 당시 경찰청장 장택상이 지시에 의한것이라고 한다. 장택상의 부친은 일제시대
지주였는데, 의열단 단원이 그를 찾아가서 독립군자금을 내놓으라고 하였는데, 거절하자 의열단원은
그를 살해 했었다고 한다. 그로 인해 그의 아들인 장택상은 김원봉에게 안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역사는 1945년 해방이후 몇년간, 크나큰 과오를 저질렀다고 생각된다. 다름아닌 친일파
청산을 못했다는것이다.
1945년 해방이 되자, 일제시대때 친일파였던 놈들은 자기 살길을 찾아나서기 시작했는데, 그때 줄을
잡았던것이 바로, 이승만과 한민당이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미국의 지지를 받던 이승만이 정권을 잡게 되고, 친일파의 청산은 실패하고 만다.
(역시,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에서 '반민특위'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여명의 눈동자 최강의 악역
최두일(박근형)이 아마도 노덕술같은 놈을 모델로 한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해방된 조국에서 수모를 당하고, 설자리가 없음을 자각한 김원봉은 월북하고 만다.
그는 좌우익에 대한 사상보다는 대한민국의 독립을 중요시했던 사람이고, 민족의 통일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북한에서의 김원봉은 처음에는 상당한 대우를 받았다. 김원봉의 독립투쟁은 김일성측에서 선전하기
좋은 간판이 될수 있었기 때문에...
그러나..김원봉은 사상적으로 공산주의자는 아니었다. 때문에...결국은 숙청되고 만다. 김원봉의
최후에 관해서는 정확한 사실은 알려져 있지 않는데, 가장 유력한 설이 , 감옥에 있다가 자살했다는
설이다.
도올 김용옥이 만든 한국 독립운동사 다큐멘타리에 이런 내용이 있다.
어느 여고 국사선생이 국사시간에 존경하는 독립운동가가 있는데, 바로 약산 김원봉 장군이다.라고
이야기 하니..한 여학생이 엎드려 울더라는것이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그 여학생이 중학교때
국사선생에게 김원봉장군에 대해 물었더니..."아~ 그 빨갱이~"라며 아주 나쁘게 이야기 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국사선생에게 김원봉장군을 존경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까 눈물이 났다고 한다.
그 여학생은 김원봉 장군의 단 하나 남은 혈육인 막내여동생의 손녀라고 하였다고 한다.
김원봉 장군의 가족은 그 여동생을 제외하고는 모두 6.25때 보도연맹등으로 몰려 죽었다고 한다.
그리고...김원봉 장군은 남한과 북한 어디에도 제대로 된 묘지 하나 없다.
일제시대때 독립군 잡아 고문하던 악질 노덕술 같은 놈은 국회의원까지 출마하는등, 부귀 영화를
누리며 살았다고 한다.
아무리, "역사에 이긴자가 정의"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선과 악의 결과가 바뀌어도 너무도 심하게
바뀐게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역사는 그러한 숙제를 안고 있다. '친일파에 대한 청산'이라는 숙제...
너무도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그래도 잊어서는 안된다.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라는 말이 있지만...지금의 우리들은 용서도 하지 않은채, 잊기만 하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된다..정확히 말하면, 용서해줄 기회조차 없었던거겠지만..
그러기 위해선 제대로 된 역사공부가 필연과제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고 난뒤의 기분은 뭐라고 해야하나...가슴이 답답하고..안타깝고..무언지 모를 죄스러운
기분까지 든다.
책의 가장 마지막 단원에서 저자는 이렇게 적고 있다.
"대한민국은 그에게 너무도 많은 빚을 지고 있다"라고...
언젠가는 대한민국이 그에게 빚을 갚아줄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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