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노컷뉴스 정재훈·CBS총선기자단 김명지·김민성·김지환 기자]
이재오·진영·이종훈 지역구, "민주주의 후퇴" 공천학살 비판여론 확산
4·13 20대 총선이 18대 총선과 같은 다여(多與) 구도가 재현될 것이란 관측에 점차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한구 위원장 등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의 3.15 공천학살에 따른 민심 이반 현상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 비박연대, 8년 전의 데자뷰
2008년 4월 총선에서 친박 낙천자들은 "살아서 돌아오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명령 아래 친박연대와 친박무소속연대를 결성했고 총 18명(지역구)이 생환했다.
지난 15일 친박계가 감행한 친유승민·친이·탈박 등 비박계 전·현직 의원들에 대한 공천 학살은 8년 전의 데자뷔(기시감.이미 경험한 것 같은 느낌)를 강하게 던지고 있다. 친박무소속연대와 유사한 비박무소속연대의 예감이다.
일단 정치권에선 친박연대의 박 대통령과 같은 강력한 구심점이 없어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이번 학살의 시발점인 유승민 의원의 거취도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조해진 의원은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국민의 뜻이 하나로 모아져 있으면 정치인들은 그것을 중심으로 뭉쳐서 그걸 대변하는 것"이라며 '민심'을 구심점으로 내세웠다.
◇ 與 공천학살 \"민주주의 후퇴\" 비판 여론 확산 기류
실제로 민심은 친박계의 공천 학살에 비판적으로 흐르는 기류가 감지됐다. 17일 CBS노컷뉴스는 공천탈락한 이재오·진영·이종훈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과 용산, 성남 분당갑을 찾아 시민 반응을 취재했다.
박모(59.은평구 불광동)씨 등 일부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경우 박 대통령과 정부의 국정 운영에 반기를 든 데 따른 당연한 결과라며 물갈이에 찬성했다.
하지만 이번 공천 학살이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보복 사천(私薦)"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거셌다.
용산구 이촌동의 서모(58.여)씨는 "민주주의가 오히려 거꾸로 후퇴하는 것 같아서 박 대통령에 대해 정말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고, 은평구 진관동의 이재칠(60.남)씨는 "누가 봐도 청와대와 연관된 일"이라며 "청와대가 공천에 간섭하는 건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촌동의 박모(44.여)씨는 "한나라당 때부터 지지해왔는데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고 고개를 저었다.
◇ '컷오프' 이재오·진영·이종훈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면
하지만 이들 세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지지할것이냐에 대해선 반응이 엇갈렸다.
여당을 지지하는 만큼 새누리당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란 의견도 있었지만 이들 의원들에 신뢰를 보내는 유권자들도 적지 않았다.
이재오 의원의 은평을의 경우 이영수(62.남.대조동)씨는 "5선까지 했고 나이도 많으니 이번에는 젊은 후보에게 양보를 해야 한다"고 말했고 차영주(44.여.불광동)씨는 "젊은 정치인들이 나와야 정치 판도가 바뀐다고 생각한다"며 낙천 수용을 주문했다.
반면, 황매월(60.여.대조동)씨는 "지역의 일등공신이고 골목골목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지역민을 직접 만나고 다닌다"며 "낙천 소식을 듣고 잠이 안 오더라"고 지지를 표시했다. 김모(60.여.불광동) 씨는 "이 의원이 지역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는 것은 주민들이 다 알고 있다. 어렵고 힘든 사람을 대변한다"며 "무소속으로 나와도 당연히 당선될 것"이라고 힘을 실어줬다.
진영 의원 지역구인 용산의 유성화(74.남.이촌동)씨는 "새누리당 후보를 밀어줘서 국회선진화법을 고치고 노동법 등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한 반면, 국경호(58.남.이촌동)씨는 "용산을 위해서도 고생했지만 의정활동을 열심히한 걸 봐왔다"며 진 의원의 무소속 출마를 지지했다.
유승민 의원의 최측근인 이종훈 의원은 분당갑에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진박 후보로 공천 받은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과 대결해야 한다.
이매동의 정지선(42.여)씨와 안철선(70.남)씨는 권혁세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시한 반면, 서현동의 김희정(79.여)씨와 이매동의 정모(54.남)씨는 "지역을 위해 많은 일을 했다"며 이종훈 의원을 밀었다. 특히, 야당 지지자이면서도 '무소속' 이종훈에게는 투표하겠다는 유권자들도 있었다.
과연 비박연대가 "선거판을 흔들"(조해진) 정도로 실체화될 수 있을지는 구심점이 될 '민심'의 결집 여부가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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