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난 16일 강원도 전방에서 숨진 채 발견된 육군 15사단 소속 오모(28·여군사관 54기) 대위는 직속상관의 성관계 요구와 성추행, 폭언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24일 밝혀졌다. 육군 헌병대는 오 대위에게 지속적으로 폭언을 하며 성관계를 요구하고 성추행한 혐의로 같은 부대 소속 노모(36·3사 35기) 소령을 지난 17일 구속해 수사 중이다.

↑ [조선일보]

육 군과 유족 등에 따르면 오 대위는 작년 12월 15사단 사단본부 부관참모부로 전입해 왔다. 노 소령은 직속상관인 부관참모였다. 노 소령은 오 대위에게 거의 매일 야근을 시켰다. 때로는 오 대위가 밤새 작업한 서류를 보지도 않고 집어던졌다. 부대원들 앞에서 "미친X" "얼굴에 색기가 흐른다"고 말하거나 오 대위가 업무 수행 능력이 떨어진다고 자주 폭언하고 질책했다. 노 소령은 오 대위에게 군용 허리띠를 채워준다면서 뒤에서 끌어안기도 했다고 한다.

어 느 날 노 소령은 "하룻밤만 같이 자면 군 생활 편하게 해주겠다"고 오 대위에게 말했다. 오 대위는 거부했지만 노 소령은 성관계를 계속 요구하며 야근을 시켰다. 영외 장교 숙소에서 오 대위와 같은 방을 쓴 한 여장교는 오 대위가 자주 야근을 해 식사 한 번 제대로 같이 못 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오 대위는 지난 16일 오후 3시쯤 부대 근처 화천군 청소년수련원에 주차된 자신의 승용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승용차 안에는 타다 남은 번개탄이 있었다. 오 대위가 남긴 유서에는 노 소령의 폭언과 성추행, 성관계 요구 내용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 '10개월 동안 언어폭력, 성추행에 시달렸다. 하룻밤만 자면 모든 게 해결되는데 하면서 매일 야간근무시켰다'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비슷한 내용이 담긴 오 대위 일기장도 발견됐다. 오 대위가 숨진 당일 노 소령은 부대에서 목을 매 자살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쳤다고 군 소식통은 전했다.

오 대위는 해당 부대에서 부대원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고충상담관이기도 했다. 이날 국회 국방위의 육군 국감에서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은 "(오 대위는) 정작 자신의 고충은 어디에도 호소할 길이 없었고,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해야 했다"며 여군 고충 상담을 하는 중령급 장교를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15사단 측은 지난 18일 오 대위 장례를 부대장(葬)으로 치렀다. 또 오 대위 사망을 순직으로 인정하고, 앞으로 부대 내 여군 처우 개선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오 대위는 1남2녀 중 장녀였다. 임관 후 각종 포상을 12차례 받았다. 유족 측은 오 대위에게 약혼자가 있었다고 했다. 오 대위의 부모는 충격으로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이다. 오 대위의 부모는 "(부대에) 여군 100여명이 있다고 하는데, 다시는 이 부대에서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하는 게 우리의 마지막 남은 소망"이라고 부대 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