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연예인들이 사생활 사진을 빌미로 협박을 받은 사건이 연이어 터져 충격을 던지고 있다.

최근 가수 에일리가 뜻하지 않은 누드 사진이 유출돼 피해를 입은 가운데 배우 한효주가 전 소속사 매니저들로부터 과거 사생활 사진을 이유로 협박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권정훈)는 한효주의 아버지를 협박한 윤모(36)씨를 구속기소하고 전 매니저인 이모(29)씨, 황모(29)씨 등을 각각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과거 한효주의 현장 매니저였던 이씨는 디지털 카메라에서 발견한 한효주의 사진을 이용해 돈을 뜯어내기로 마음먹고 지인인 윤씨, 황씨와 공모해 범행을 저질렀다.

과거에도 여성스타들이 매니저 혹은 한 때 연인이던 남성들의 협박으로 괴로움을 겪은 사건은 이어져 왔다. 왜 이렇게 여성스타들은 협박의 타깃이 자주 되는지, 그리고 사건에 대한 대처는 어떻게 달라졌는지 짚어봤다.

▶한효주 "비난받을 만한 일 한 적 없다"

협 박을 받은 한효주 측은 망설임 없이 경찰에 신고하며 사건에 신속하게 대처했다.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한효주의 아버지는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전 소속사 팬텀엔터테인먼트 매니저들로부터 협박을 받았다. '한효주와 전 남자친구와 찍은 사생활 관련 사진 20장을 가지고 있다. 장당 2000만원씩 총 4억원을 달라'는 내용이었다. 소속사 측은 "(협박을 받았을)당시 한효주 본인에게 확인한 결과 '문제될 만한 일을 한 적이 전혀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협박 전화를 받은 즉시 경찰에 신고를 했다"며 "즉각 모든 정황이 드러나 현재 모두 구속된 상황이다. 특히 이들은 경찰 수사결과, 협박 내용과 달리 한효주와 관련된 별다른 사생활 사진을 갖고 있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효주 측은 범인 검거에도 적극 협조했다. 한효주의 아버지는 경찰의 지침에 따라 "일단 1000만원을 줄테니 원본 사진을 보내라. 원본이 확인되면 나머지 돈을 송금하겠다"며 일단 1000만원을 입금했고, 경찰이 범인을 검거할 수 있도록 시간을 끌었다. 그 결과 경찰에 신고한지 나흘 만에 범인을 모두 잡을 수 있었다. 그동안 여자 연예인들과 소속사 측이 과거 사생활 등으로 피해를 본 상황에서도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까봐 쉬쉬하고 넘어갔던 것과 180도 다른 분위기. 적극적이고 빠른 대처로 사건을 깔끔하게 마무리지었다.

소속사 측은 앞으로도 공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협박을 일삼는 범죄행위에 대해 법적대응할 계획이다. 소속사 측은 "한효주는 비난 받을만한 일을 한 사실이 없다. 이에 따라 본사건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 공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협박을 일삼는 범죄행위에 대해 앞으로도 강경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태란·아이비·한성주 등도 과거 영상물로 협박 당해

과 거에도 많은 여자 연예인들이 협박의 피해자가 됐다. 이태란은 지난 2001년 전 연인이자 매니저로부터 지속적인 협박을 받았다. 해당 남성은 이태란과의 성관계 폭로 및 몰카 동영상을 폭로하겠다며 협박, 출연료까지 갈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 매니저가 주장했던 동영상은 존재조차 확인되지 않고 마무리 되면서 법원은 돈을 갈취한 범인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아이비 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지난 2007년 아이비는 데뷔 전부터 교제한 전 남자친구 유모씨로부터 비디오가 있다며 협박을 받았다. 당시 소속사측은 유모씨와 직접 만나 두 사람의 사진과 동영상을 건네받기로 약속했지만 유모씨의 노트북에서는 몰래카메라가 발견되지 않아 공갈 협박죄로 구속됐다.

한성주는 2011년 전 남자친구 A씨의 사생활이 담긴 영상이 인터넷에 유출돼 논란이 됐다. 하지만 검찰은 한성주가 전 남자친구를 상대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 불기소 처분 결정을 내렸다. 불기소 처분이란 검사가 사건을 수사한 결과 재판에 회부하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사건을 재판에 넘기지 않고 잠정적으로 종결하는 것을 말한다. A씨가 외국에 나가 있는 상태로 검찰 출석에 계속 불응해 기소 중지 결정을 내렸다.

지난 11일 에일리의 누드 사진이 인터넷에 유출되는 사건도 벌어졌다. 소속사 측은 "에일리가 미국 거주 당시 미국의 유명 속옷 모델 캐스팅 제의를 받아, 카메라 테스트용이라는 명목하에 촬영된 것이다. 하지만 테스트 촬영을 마친 뒤 제의를 해 온 측과 연락이 두절됐고, 고심끝에 현지 경찰에 신고까지 했다. '사진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전 남자친구의 설득으로 인해 에일리가 촬영 사진을 보내주게 됐다. 근데 이렇게 사진이 유출됐다"고 밝혔다. 이후 미국 변호사를 선임하고 강경한 법적대응에 나섰다.

여자 연예인들에게 특히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생활 협박 사건과 관련해 한 연예계 관계자는 "아무리 시대가 달라졌어도 여성스타들이 이런 스캔들에 더 많이 타격을 입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여성 스타들도 당당하고 신속하게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 같다"면서 "여성연예인들이 명백한 피해자이고 범죄의 희생양이다. 피하고 숨을 일이 아니라 연예인 측이 당당하게 법에 호소해 온당한 처벌을 받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