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왼쪽 사진) LG 회장과 기타오 요시타카 SBI그룹 회장이 지난달 3일 저녁 서울시내 특급호텔 일식당에서 그룹 관계자들이 배석한 가운데 3시간 가까운 만찬 회동을 가진 사실을 <스포츠서울닷컴>이 확인했다./황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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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닷컴│황진희 기자] 구본무(69) LG그룹 회장이 옛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인수해 국내에 진출한 일본 최대 창업투자사인 SBI그룹 기타오 요시타카(63) 회장과 최근 비공식 만찬 회동을 가져 그 배경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일 양국 그룹 총수의 만남은 이례적으로 3시간 동안 이어진 데다 기타오 회장이 양국 금융권과 정부의 주시를 받고 있는 인물이어서 더욱 관심을 끈다.

LG그룹 측은 7일 <스포츠서울닷컴>의 확인 취재에 “두 회장 간 미팅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비즈니스 파트너와 통상적인 만남”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실제로 LG와 SBI는 일본에 IT금융 합작사인 ‘SBI-LG시스템즈’를 지난 2011년부터 경영하면서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LG CNS가 부산 미음지구에 문을 연 국내 최대 규모의 데이터 센터 개관식에 기타오 회장이 귀빈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달 3일 서울 강남의 한 특급호텔 만찬 회동은 시기와 배석 인사, 만남 시간 등에서 통상적 회합으로 보기 어려운 점이 많다. 정도경영을 내세우고 있는 LG그룹의 총수와 일본 벤처캐피털 거물이 장시간 사적 만남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일반적 관념을 넘어선 데다, 일본 금융계 총수의 국내 진출에 발맞춰 금융업에서 손을 뗀 LG그룹 최고 경영자가 반주를 곁들인 장시간 회동을 가졌기 때문이다. SBI와 손을 잡은 LG그룹의 금융업 재진출 설, 기타오 회장을 통한 LG와 손정의(57,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 제휴 설 등이 나오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기타오 회장은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에서 재무담당 임원을 지내다가 분가했다.

이날 미팅은 SBI저축은행(옛 현대스위스 저축은행)이 지난달 초 4688억 원을 유상증자하기로 했다가 도이체방크가 불참해 1200억 원이 감소해 금융당국의 질책을 받은 직후 이뤄졌다. 또 배석한 다카하시 요시미(49) SBI코리아홀딩스 대표는 노무라 증권 한국 지점에서 근무하는 등 한국에서만 20여년을 지낸 '한국통'으로 국내 금융업계 인사들과 친분이 두텁다. 구 회장을 수행한 김대훈 LG CNS 대표는 SBI그룹측과의 연결고리 구실을 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구본무-기타오 회동, ‘비즈니스 파트너와 의례적 미팅’이라는 데 과연?

구 회장과 기타오 회장이 만찬 회동을 갖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3일 저녁 6시30분. 서울 강남의 특급호텔 일식당이 회동 장소였다. 기타오 회장의 한국 일정을 모두 관리하는 다카하시 SBI코리아홀딩스 대표와 김대훈 LG CNS대표가 배석했다. 다카하시와 김대훈 대표가 두 총수의 만남을 주선한 것으로 관측됐다.

만남 장소인 일식당은 지난 3월 신규오픈한 곳으로, 외부노출을 방지할 수 있도록 개별 룸(방)으로 구성돼 있는 이른바 ‘프라이빗 식당’이다. 국내 조리사의 최고 경지인 ‘조리기능장 Master Cook’을 보유해 서울시내 특급 호텔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최고급 일식당으로 평가받는다.

만찬 후 구 회장 등 LG그룹 측 인사들이 기타오 회장을 정중하게 배웅하는 모습 등에서 양측의 이날 회동은 매우 우호적 상황이었음을 짐작하게 했다. 구 회장과 LG그룹 관계자들은 먼저 로비에 나와 기타오 회장을 기다렸고, 짧은 환담을 나눈 뒤 헤어졌다. 구 회장은 다카하시 SBI홀딩스코리아 대표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가 호텔 출입구에서 헤어졌다.

LG그룹 측은 이날 회동 목적에 대해 “LG CNS가 일본 SBI와 2011년에 합작법인을 만들어 금융솔루션사업을 하고 있어 의례적인 미팅을 한 것”이라며 “통상 제휴하는 비즈니스 파트너와 의례적 미팅”이라고 설명했다. 구 회장과 기타오 회장의 만남이 합작사 파트너 간 자연스런 만찬이란 이야기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양 그룹 간 금융업 파트너십 추진은 현 금융업 관계법상 생각할 수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SBI 측은 LG 측과의 만남 목적에 대한 <스포츠서울닷컴>의 수차례 확인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지난달 3일 회동은 구 회장(왼쪽)을 비롯해 김대훈 LG CNS 대표(오른쪽)와 다카하시 요시미 SBI홀딩스코리아(가운데)가 배석해 모임의 성격에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 기타오 회장, 손정의 회장과 아름다운 이별?

기타오 회장은 일본 온라인증권 및 창투업계 등 금융업계 거물급 인사다. 그는 일본 노무라증권 시절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직접 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스카우트했던 인물이다. 소프트뱅크 기업공개의 실무 책임자가 노무라증권 담당임원 기타오 회장이었다. 김승유(71)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인연도 깊은 것으로 알려진다. SBI그룹이 계열사 SBI액시즈를 코스닥에 상장할 때 상장주관사로 하나대투증권을 선택한 이유도 김 전 회장과 기타오 회장의 관계가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기타오 회장은 손 회장과 긴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일본 금융업계 거물로 거듭났다. 한국계 일본인 손 회장은 1981년 마이크로소프트(MS) 일본 총판으로 시작해 1990년대 무려 100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린 대규모 기업집단인 소프트뱅크그룹을 일궜다.

이후 2006년 손 회장은 보다폰 인수를 위한 막대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중간지주회사인 소프트뱅크파이낸스 매각을 결정했다. 이 때 출범한 회사가 바로 SBI(SoftBank Investment)다. 당시 소프트뱅크그룹의 2인자였던 기타오 회장이 SBI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대외적으로는 아름다운 이별로 알려졌지만 속 사정은 또 다르다는 견해도 있다.

소프트뱅크와 분사한 SBI는 현재 20여 개 국에서 여신금융, 은행, 증권, 생명보험, 손해보험 등 종합 금융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부동산개발투자, 채권투자, 부실채권투자 등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넓히는 데도 성공했다.

한국 시장 진출은 2002년 SBI홀딩스코리아를 설립하며 시작했다. 한국 자산규모는 약 1000억 원 수준으로, 일본에 비해 아직 사업 규모가 크진 않지만 투자 실적은 상당하다. 약 600개 가량의 기업에 투자해 약 20%의 내부수익률(IRR)을 기록했다. 롯데쇼핑이 미도파를 인수하던 당시 547억원을 투자해 530%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메가스터디에 투자해서도 100% 이상 수익을 냈다. 지난해에는 저축은행업계 1위인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인수해 화제를 모았으며 당초 인수가액 200억 엔에 비해 추가로 1천억 엔에 달하는 자금이 더 투입돼 한일 양국 금융당국의 주시 대상이 됐다.

◆LG그룹 신 사업 진출을 위한 만남?

기타오 회장의 개인적 경력과 금융사업의 성과 때문에 이날 구 회장과의 만남은 그룹 측 설명과 달리 많은 해석을 낳게 하고 있다. 특히 이 자리에 배석한 다카하시 SBI홀딩스코리아 대표의 이력을 보면 더욱 그렇다. 다카하시 대표는 우리나라 증권업계 첫 일본인 최고경영자(CEO)로, LG투자증권의 지분을 인수해 국내 최초로 온라인 증권사인 이트레이드증권의 대표를 지냈다. 이후 2010년 3월 다카하시 대표는 한국기술투자(KTIC)의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SBI인베스트먼트를 출범시켰고, 지난해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서 또 한번 도약의 발판을 다졌다. 이로 인해 LG와 SBI그룹의 금융 연대설이 제기되는 원인이 됐다.

일각에서는 LG측이 기타오 회장과 손정의 회장 간의 예전 관계를 감안해 인터넷 비즈니스를 소프트뱅크와 추진하기 위해 구 회장이 기타오 회장을 만났다는 얘기도 나돈다. 그러나 한편에선 기타오 회장과 손 회장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었다는 것이 주위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재계 소식통들은 “‘안전성’을 추구하는 구 회장의 경영스타일을 볼 때 기타오 회장과 만찬 회동은 양 그룹 간 상호협력적 관계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LG와 SBI그룹 간 비즈니스 파트너십이 여러 사업 분야에서 또 다른 결과를 나을 수 있는 자리라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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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현장] 구본무 LG 회장, 日 금융 거물 기타오 SBI 회장과 비공식 '호텔 회동' 왜? (http://youtu.be/uIoBu7XTw7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