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진

1960년 태어나 서강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있다. 전공은 마이크로파 물리학.
생체나노분자의 변화 검출을 위한 마이크로파 진단 및 원격 탐지 시스템 연구를 통해 현재 당뇨병환자를 위한 비채혈 방식의 마이크로파 혈당측정기 개발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결혼식 때 입은 양복 딱 한 벌로 버티고 있으며, 운동화와 청바지를 즐겨 입는다.
프랑스, 일본, 아르메니아 공화국, 러시아를 누비며 유학생활을 하는 중에 두 딸을 위해 그림 동화를 그리기 시작함.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물리학자, 동화작가, 만화가를 꿈꾸고 있다.
「어 린이 동아」에 <나노보이의 우주탐험>을 연재하였으며 보물섬을 찾아 표류하듯이 이사하기를 즐기고, 그림엽서를 만들고, 도자기를 연구하고,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일 자신 있는 일은 막내딸 도시락 싸 주기다.
부인과 채린이와 하린이 두 딸이 있다.

<EDUCATION>
서강대학교 1986 이학학사
서강대학교 대학원 1989 이학석사
서강대학교 대학원 1992 이학박사

서강대 물리학과 이기진 교수(44)가 해외에서 두 딸에게 읽어주던 자작그림책을 ‘박치기 깍까’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내 취미는 이사 다니기”라고 자랑스레 말하는 서강대 물리학과 이기진(43) 교수는 결혼생활 12년 동안 이사를 10번이나 다녔다. 신 혼 초 세들어 살기 시작한 서울 마포를 비롯해 대치동, 염창동, 밤섬, 동교동으로! 유학한 프랑스와 일본에서도 각각 두 번씩 집을 옮겼다. 계약이 아직 만료되지 않은 멀쩡한 집을 놔두고 뜬금없이 이삿짐을 싸는 이유는 “새로운 동네, 새로운 환경을 탐험하는 재미가 쏠쏠해서”. 그 덕에 이 집의 가구며 살림살이는 단출할 뿐더러 언제든 이사할 수 있게 세팅이 돼 있다.

중학교,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딸 채린(13)이, 하린(8)이도 이사라면 이골이 났다. “강가에서 살고 싶다고? 그럼 오늘 밤이라도 알아볼까?” 하고 벌떡 일어서는 돈키호테 아버지를 둔 탓. 이젠 한 동네에 정착한 지 1년만 넘으면 아이들이 먼저 묻는다. “아빠, 우리 이사 안 가?”

이 교수의 희한한 취미는 그의 부친 이병혁(76) 박사와 무관하지 않다. 태양열 연구에 기여한 물리학자로 1991년 서강대에서 정년퇴임한 그는 퇴임과 동시에 아내와 함께 전남 신안 마진도에 내려가 배를 만들며 산다고 해서 화제가 됐었다. 1년 전엔 다시 서해안 대부도로 올라와 포도농사를 짓고 사는데, 농사일이 한가해지면 배를 타고 무인도를 탐험하는 게 노부부의 유일한 즐거움이다.

이 교수의 부인 홍유라(35·회사원)씨는 “시아버님이나 남편이나 보물섬 동경하는 꼬마선장처럼 산다”며 웃는다. 4남매 중 이 교수는 아버지를 가장 많이 닮았다. 자식들의 인생을 “지켜보되 간섭하지 않는” 부모 덕에 이 교수는 야구선수부터 문예반, 미술동아리까지 안 해본 게 없다. 모교인 서강대에 ‘강미반’이라는 그림 동아리를 처음 만든 주인공이며, 일본 유학시절엔 판화로 개인전을 열었다.

▲ 이기진 교수가 매직펜으로 그린 가족 캐릭터.  
  
재주 많고 장난기 많은 아빠 때문에 즐거운 건 두 딸이다. 학교 갔다 돌아오면 아빠와 함께 신촌으로, 홍대 앞으로 ‘순대국 산보’를 나서는 게 일과. 일본 살 때 한글을 깨칠 수 있는 방편으로 그림책을 만들어준 것도 아빠다. 자고 일어나면 싸우던 두 딸들이 잠잠해지기 시작한 것도 이 그림책 덕분이다. 동생이랑 허구한 날 싸우다 가출한 ‘빡치기 까까’가 남극과 북극, 우주로 여행을 하면서 사랑이 뭔지 깨달아가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인데 벌써 세 권째 완성했다.

모험심 강하고 부지런한 아빠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두 딸 역시 공부보다는 놀기를 좋아한다. 중학교 갈 때까지 학원 근처에는 가본 적 없는 채린이가 요즘 푹 빠져있는 건 재즈댄스. 엄마 화장품을 갖고도 그림을 그리는 하린이의 최근 관심은 드럼 치기로 옮아가고 있는 중이다.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한테 공구 다루는 법을 배워 손재주가 좋은 채린이는 교실 단장하고 쓸고 닦고 하는 데는 선수예요. 하린이가 얼굴이 감자같이 생겼다고 왕따당하는 제 반 친구를 돌봐준다는 얘기를 듣고는 둘 다 감동 먹었죠.”

가 사와 육아분담도 민주적이다. 그 또한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전통! 아버지인 이 박사는 집안의 제사를 한꺼번에 치르게 하는 혁명적 조치를 취해오고 있다. 이 교수도 마찬가지다. 일요일 아침식사만큼은 ‘풀코스’로 책임지는 그는, “부모의 역할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고 보여주는 데 있다”고 믿고 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나만의 생각과 색깔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둘다 모험이라는 점에서 과학과 예술은 일맥상통한다”고 행복해 하는 이기진 교수. 요즘 이 식구들의 관심사는 다시 사진으로 옮아갔다. 벼르고 별렀다 마침내 구입한 독일제 중고 카메라. 필름에 담을 첫 번째 풍경은 아이들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농사 짓고 고기 잡고 사는 ‘꿈의 섬’ 대부도가 될 것 같다. 

이교수는 ‘아주 재미있는 사람’이다. 그것은 그가 새로운 것을 즐기는 성격 때문이다. 그는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의 국경분쟁 때 ‘참전’한 경력도 있다.

“92 년엔가 두 나라 사이에 국경분쟁이 났어요.” 그때 그는 같이 있는 연구소 사람들과 함께 전장에 나갔다. “제가 ‘체 게바라’는 아니지만, 다들 전장에 가는데 혼자 있을 수도 없어 따라갔어요.” 그는 아르메니아공화국군을 대상으로 한국에서 배운 ‘군대 태권도’를 한 수 가르쳐줬다. 당시 연구소 소장이 지금은 아르메니아정부의 교육부장관이 됐고 그런저런 연으로 이교수는 아르메니아에서 귀빈대접(그가 공항에 내리면 그 나라에서 가장 좋은 차인 쏘나타가 마중을 나온다고 했다)을 받는다고 했다.

이 교수는 만화도 그린다. “일본 유학시절,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려고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하지만 사실 그는 고등학교 때 미술반에서 활동한 전력이 있다. 지난해 ‘어린이동아’에 과학만화 ‘나노보이의 우주탐험’을 연재할 정도니 그의 만화솜씨는 초보수준을 훨씬 넘어선 게 틀림없다. 지금까지 2주에 한번씩 16회 연재했고 다음 학기에 다시 연재할 계획이다. 지난해 8월에는 그림 솜씨를 살려 책장을 뒤져 ‘박치기 깍까’라는 동화책을 내기도 했다.

알고 보면 글도 잘 쓴다. 서강대 물리학과 홈페이지에 틈날 때마다 글을 올리는데 ‘글맛’이 제법 삼삼하다. 음악, 미술과 영화 얘기를 곧잘 올리는데 영화 시나리오를 한편 써볼 생각을 하고 있다. 새롭고 낯선 것을 즐기는 이교수는 1년에 한번 꼴로 이사를 다닌다.

“과학자는 예술과 가까워야”“사실 과학자들일수록 예술과 가까워야 합니다. 예술은 사고를 아주 자유롭게 합니다. 또 새로운 것을 찾아간다는 의미에서 과학과 예술과 탐험은 똑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