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쓴게 아니라 다른분이 쓴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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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라고 치부하실수도 있지만, 사실입니다.
그 이별의 여파덕에 전 지금도 연예가 서툽니다.. 그래서 매일 의지하는 오유에 써내려가고 마음좀 정리하고
싶습니다.

저는 지금 31살의 직장인입니다. 월급도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이야기는 9년전으로 돌아갑니다. 최대한 편하게 쓰고 싶어서 존댓말은 생략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나도 이제 병장 말이다.. 끝이 안보인다던 군생활도 이제는 즐길수 있게 되었다.
최고의 땡보사단이라고 사람들이 놀리는 52사단 소속이지만, 본인 군생활이 제일 힘든거 아니겠는가..

훈련소부터 같이 지냈던 동기놈의 시덥지 않은 농담을 들으며 오늘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동기 : "야 너 이번에 포상휴가 나가면 뭐할꺼냐?"
본인 : "뭐 있나.. 슬슬 복학준비하고, 애들이랑 술이나 쳐먹겠지.."
동기 : "너 내 고등학교 동창 여자애 한번 만나볼래?"
본인 : "대따. 군바리가 뭔 여자냐... 그냥 쉴란다."
동기 : "야 이거 줄테니깐 생각있으면 전화한번 해봐라.. 내가 이야기는 잘해놓을께"

그놈이 전투복 상의주머늬에 자기 수첩종이를 하나 찢어 찔러주었다.
실없이 웃으며, 난 그 사실도 잊어버렸다.

누나 : "야 넌 휴가 나왔는데 어디 안가냐? 오늘 남자친구랑 저녁먹을꺼니깐 좀 나가..돈줄께.."

당시 누나는 서울에서 원룸을 얻어 살고 있었고, 휴가나와 집에까지 가기 귀찮은 나는 휴가 기간동안
누나집에서 삐델 생각이었다.

주머니에 돈 오만원을 들고 피시방으로 향했다.
게임을 좋아하진 않지만, 딱히 갈곳도 없었다. 그렇다고 누나에게 민폐끼칠순 없었으니..

자욱한 담배연기속에서 답답함을 느낀나는 문득 전투복 메모지! 라고 외쳤다.
뻘줌한 지금의 매형의 표정을 뒤로하고(미안해요 나도 성인이에요. 근데 잠깐 나 메모지좀..)
내 전투복을 뒤졌다.. 있다. 구겨졌지만.. 있다.. 번호도 알아볼수 있다.
친절한 동기놈은 이름과 사는곳도 적어놨다.. 귀여운놈..

안양...

논현동에서 7호선타고 가다. 어디서 갈아타야하나.. 4호선에서 금정인가...?
상대방하고 통화도 안했으면서 혼자 지하철 노선도를 그리고 있었다..

"여보세요?"

사람들이 이젠 거의 사용하지 않아 먼지가 자욱한 공중전화 수화기 너머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아..안녕하세요...? 저는 ㅇㅇㅇ 친구인데요...."
"......"

뻘쭘 그자체다... 순간 내가 뭔진을 하나, 그냥끈어버릴까.

"아.. 이야기 들었어요. 전화 안하실줄 알았는데 ^^"

웃어주는 그녀의 목소리에 나도 입가에 웃음이 고였다.

"오늘 시간 괜찮으세요?"

안되면 말자는 심정으로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다. 만나자고.

"저 지금 퇴근하는데, 그럼 저희동네로 오실래요?"

 

 

 

"철컥....철컥.."
주기적인 지하철 레일 이음새 소리에 맞춰 엄지손가락을 까닥이고 있다.
반대편 유리창에 비친 짧은 내 머리를 계속 만지고 있다.

벌써 4병째다..
혼란스럽다. 그리고 그녀가 예뻐보인다.

- 점심시간이네요.. 쓰다보니..너무 길어질듯하네요.;; 관심있으신 분들 계시면 리플로 이어갈께요..

점심 맛있게들 드셨나요?
소설형식인건.. 제가 쓰기도 편하고. 읽으실때도 지루하지 않으시라고..ㅎㅎ;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의 소중한걸 모두걸고 대화 하나까지 사실입니다. ㅎ
베스트이상 넘어가서도 의문을 품으시는 분들이 많으시면 인증할수 있는 범위까지 인증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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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장에 써서 바로 붙여넣을께요 윗글에 이어서...ㅎ

태어 나서 처음 와보는 산본역이였다.
화려한 간판 조명들이 뿌옇게 나를 비춰 주었고, 한겨울의 추운 날씨에도 술기운덕인지, 기분탓인지 온통 내앞에 걸어가는
그녀의 부츠만 보며 따라갔다.

"저기.. 좀더 같이 있으면 안될까?"

새벽2시가 넘어가는 시간에 내일 출근도 해야하는 처음보는 여자를 잡고 술에 취해 건낸 말이였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의도였었는지 웃음만 나온다.
군데 군데 얼어있는 빙판길에 반사되는 노란 가로등 불빛이 나를 더욱 취하게 만들었다.

"엄마야.."

꽤 높은 부츠를 신고 있던 그녀는 빙판에 살짝 미끄러지며 내 팔을 잡았다.
그리곤 바로 무슨 80년대 영화처럼 부끄러워 하며 저만치 떨어졌다.

"시간이 너무 늦었잖아..ㅎ 너 복귀하려면 아직 시간 많으니깐 주말에 또 만나자."
"여기서 택시타면 금방 갈수 있을꺼야. 연락해 다음에 또보자."

노란 가로등 불빛아래로 그녀가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그렇게 시작되었다.

"충성! 4분대 일석점호 준비끝! 총원 14명 휴가1명 ......."

무료한 군생활의 시작이였지만, 휴가이후로 떨어지는 눈발도 아름다워졌다.(내가 치울께 아니라서 그랬던건 딱히 아니다...ㅎ)
몰래 가져온 구형 스타택 전화기를 끌어안고 애벌레마냥 침낭속에서 나오질 않았다.

전역이 한달정도 남은 그당시 나를 건드릴 사람은 없었다.

"나 사실 일병이야.."
"일병이면 높은거야?"
"아니...아직 군생활 1년정도 더 해야해....솔직히 말 못해서 미안해.."

장난치고 싶었다. 아니 그냥 확인해보고싶었다..못나게..

"1년??"
"ㅋㅋ 나 군대간 남자 기다려보는것도 해보고 싶었는데 잘됐네~"

사귀는 사이는 아니였지만, 서로 암묵적으로 그런관계라고 용인하고 있었다.
무료한 토요일 오후... 애벌레 놀이를 한참하고 있는 나에게 일직하사가 다가왔다.

"최병장님 면회 왔지 말입니다. 말년똥에 이게 무슨 민폐입니까??"

엉? 왠 면회... 궁시렁되는 김병장을 밀치고 지통실로 내려갔다.
상황병자리로 가서 일지를 뒤적였다.

"헐... 진짜 왔네...;;"

일전에 통화에서 선임들이 무섭다고 맛있는거 많이 사서 면회좀 와달라고 거짓말 한게 화근이였다.
난 우리 부대 위치도 가르쳐준적 없는데....;;

일단 부랴부랴 일병관물대에서 A급 전투복을 빼입었다...

"아차차;;; 이름 오바로크된거 어쩔꺼야..;;;"
"에이 모르겠다 그냥 내꺼 입구 가야지...

면회실 대대 근무병이 나를 굉장히 어이없게 쳐다봤다...

"왔어...? 이야기라도 좀 하고 오지...ㅎ"
"군복 입은거 보니깐 멋지다!! 나 군대 처음 와바..."
"뭘 이렇게 많이 사왔어..;; 다 먹지도 못하겠다.."
"아냐 이거 괴롭힌다는 선임 가져다 드려.. 그래야 이쁨받지.."

커다란 던킨도너츠박스가 3개에.. 피자가 5판이였다...

말년똥이 되신분들은 잘 아실꺼다.. 행보관만이 내 적이란걸..
무작정 피자와 도너츠를 들고 위병소를 지나 내무실로 데리고 갔다.
제대하신분들은 아시겠지만. 면회실 밖으로 면회인을 데려가는건 쉽지 않은 일이다..군대 보안상....
하지만, 일직사령은 동원과장... 소령계급이지만, 동원행정병인 나와 2년넘게 한 사무실에서 일햇던 분이라,
왠만한건 내마음대로였다.

"우와 원래 면회오면 이렇게 올라가도 되는거야?"
"그럼~ 우리 먹을꺼 많이 사왔으니 다들 뭐라하진 않을꺼야..."

"충성!"
"충성!"

 

 

10미터가 멀다하고 후임들이 경례를 했다..

"아.. 눈치없는것들..."

식당아줌마가 예뻐보이는 군대안에서 20대초반에 여자를 데리고 부대를 돌아다니니..
홀아비 똥내만 나는 내무실에 화장품냄새 지나가니 다들 원숭이 보듯 난리도 아니였다.

당시 내가 왜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모두에게 자랑하고 싶었던거 같다.
그랬다. 그렇게 시작되었다. 내 마음속에 그녀의 자리가..

"우리 같이 공부 한번 제대로 해볼래?"

제대후 복학과 다시 수능을 볼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때였다.
그녀는 고교 졸업후 바로 취업하여 경리로 일하고 있었다.
항상 그녀는 미술선생님이 되고 싶어했던게 꿈이였다고 했다.

"우리 아직 어리잖아. 노력하면 안되는게 어딨어? 공부해서 둘다 서울에 있는 대학 가볼래?"

누가 말했던가... 공부와 운동은 혼자 하는거라고...
노량진에서 지낸지 반년이 지났지만, 내 모의고사 점수는 거꾸로 떨어지고 있었다.
반면 그녀와의 사랑은 점점 깊어져만 갔다.

3030

논현동에서 산본역까지 가는 붉은색 광역버스...
돈없고 어리던 우리가 자주하던 버스데이트였다. 몇시간이고 버스뒤에 앉아서 손잡고 노래들으며 반복되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수능결과는 처참했다.
기존학교를 자퇴처리 안하고, 휴학처리했었다는게 다행이라고 느끼는 이기심에 놀랬었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게 하여 같이 1년을 공부했지만. 둘다 원하는 대학을 갈순 없었다.

그렇게 나는 다시 청주에 있는 대학교로 복학하게 되고, 그녀는 집근처에 또다른 회사에 취직을 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진다 했던가..
청주와 안양.. 결코 가까운 거리는 아니였다. 대학생활을 하는 나와 직장인인 그녀는 경제적인 문제부터 계속 부딪히기 시작했다.

"이건 내가 낼께!"
"괜찮아. 아직 자기 학생이잖아. 나중에 돈벌면 많이 사죠 ^^"

정말 못났지만, 스파게티하나 제대로 사줄돈이 없는 내가 비참했다. 그래서 더 멀리했었다.

"자기야 나 이번에 휴가 주말까지 끼면 열흘 맞출수 있는데 청주 내려가서 있을까?"

요리에 요자도 모르고, 몇개월 살면서 가끔 라면끓이는거 외엔 쓸일 없었던 주방에서, 나는 매일매일 가장 싸면서도 맛있는 밥을
보여준다며 요란스럽게 난리였다.
집에다가는 계절학기 들어야 한다고 올라가지 않고 그렇게 그녀와 정말 행복하게 지냈다.

다음 봄이 되었을땐, 난 더이상 장거리연애로 인한 문제로 싸우지 않을수 있었다.
서로에게 떨리던 감정은 사라졌지만, 무언가 굉장히 큰 무언가가 되어 내 마음속에 자리잡았다.

"또 술마셔?"
"응 친구들 놀러와서.. 조금만 먹고 들어갈께.."
"내일 쪽지시험 본다면서? 공부안해..?"
"근데.. 멀리서 친구왔는데 어떻게 그냥 공부만 하기도 그래서.. 이따 들어갈때 전화할께"
"맘데로 해라."

오랬만에 나를 보러온 고등학교 친구와 내일 학교따위는 잊은채 먹지도 못하는 술을 들이켰다.

"저기요... 제가 오늘 생일인데, 친구들하고 게임하다가요..^^ 케익 한조각만 사주시면 안되요?"

굉장히 귀여운 얼굴이였다. 수줍어하는 미소까지..
친구놈의 느끼한 멘트에 오글거렸지만, 케익을 빌미로 우린 그녀들과 합석하게 되었다.

"야 희정이 예쁘지 않냐? 남자친구도 없대..."
"미친놈아 그냥 술이나 쳐묵다 내방에서 자고 가라.. 엄한짓 하지말고.."
"야 나 잘되면 니방좀 빌려줘..ㅋ"
"내가 너 거절당한다에 오만원 건다!! ㅋ 지 얼굴을 생각해야지 "

화장실까지 따라온 친구놈이 처음 케익들고 왔던 그아이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모르겠다. 난 머리가 아프고, 전화기속 부재중전화4통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고맙다ㅋ 그리고 너 5만원 내놔라 내일 ㅋㅋㅋ"
"니 친구들 이근처 많이 산다면서 알아서 자라.ㅋ"

새침하게 생긴 희정이란 여자애가 그렇게 쉽게 허락할지 몰랐다.
약속은 약속이니 내방키를 주고 난 대학동기 집으로 무작정 찾아갔다.

"어제 너무 먹어서 전화 못했어 미안해."
"몇시에 들어간거야.. 전화를 4통이나 했는데.."
"새벽에 들어갔나봐.. 미안해 ㅎ 이따 수업끈나고 전화할께.."
"주말에 내가 내려갈께. 영화보러가자"

자취방에 살림살이조차 없어, 어질러질것도 없지만 그나마 친구들 사이에선 깨끗하게 사는 방이였다.
처음 여자친구가 오던날 반나절 이상 청소하고 닦았던 나지만, 이젠 그냥 환기 수준이다.

"이뻐이뻐.. 머리 염색하니깐 완전 여성스러운데?"
"당연히 예쁘지! 내가 누군데!"
"뽀뽀 해줄께 ㅋ 껌좀 뱉어라.."
"뽀뽀만 한다면서 껌은왜??ㅎ"

새침하게 웃으며 책상밑 쓰레기통에 껌을 싸서 버리던 그녀가 경직됐다.

"이거뭐야?"
"응?"

 

 

"쓰레기통에 이거뭐냐고?"
"뭐? 쓰레기통에 쓰레기겠지. 빨리와~~ 내가 양기를 듬뿍 나눠줄께!! ㅎ"

눈치없게 능글거리던 나에게 여자친구는 쓰레기통을 던졌다.
순간 무슨영문인지 벙찐 나는 널부러진 쓰레기들 사이에서 사용한 콘돔을 보게 되었다..

"아 씨발.. 한지훈....." 혼자 읖조렸다.

"뭐냐고?"
"아 이게 말이야... 그때 친구왔을때.. 그놈이 자고 갔는데..."
"말이되는 거짓말을 해라..너 믿었는데 진짜.. 실망이다.."

그날 사실대로 말하면 난 여자친구 전화안받고 다른여자와 술먹고 논게되고, 둘러되자니, 왠만한 뻥으론 그녀를 이해시킬수도 없고..

"친구꺼야. 진짜 친구꺼야... 이거 우리 국가소 보내자... 이거 내꺼 DNA 맞는지.."

별 되도 않는 소리까지 하면서 여자친구를 진정시켰다.. 근데 억울하긴 했다... 친구놈꺼니..
그사건 이후로 장거리연애에서 자연스럽게 넘어섰던 문제들이 다시 불거졌다.

내가 조금만 늦으면 그녀는 하루에도 전화를 수십통씩했다.
그 마음은 이해했지만. 서서히 나도 지쳐가고 있었다.

물리학을 전공한 나는 딱히 전공살려 어디 취직하기가 애매했다.
4학년 졸업반이 되자. 나는 또다시 비겁하게 현실을 외면하며 부모님께 이야기 했다.

"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좋아."
"서울 누나네집가서 1년만 학원다니면서 공부하고 싶어."
"20대 시간이 가장중요하다는 말 나도 공감하는데, 지금 내가 이거 안하면 나중에 늙어서 많이 후회할꺼같아"

부모 이기는 자식 없다 했던가. 아니면 우리 부모님이 너그러우셨던가.
그렇게 사회생활의 무서움도 또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9503...

광역버스의 번호가 바뀌었다.
학원이 끝나면 항상 그버스를 타고 그녀 회사 앞으로 갔다.

피시방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받는 돈으론 그당시 회사원처럼 여유롭게 옷을 사입을순 없었다.
청바지에 헤진 운동화... 아저씨같은 후드티..

직장동료들과 나오는 그녀를 보고 반갑게 인사했지만, 그녀 표정은 그렇지 못했다.

"내가 챙피한가..."

그녀가 사주는 저녁을 먹으며, 스스로가 한없이 처량해 보였다.
술한잔 기울이며, 말했다.

"미안.. 다른 남자친구들처럼 선물도 못해주고, 맛있는것도 못사주고.."
"내가 언제 그런거로 서운해 한적있어? 왜또 그런소리해? 아까 회사앞에서 그런건 와있을지 몰라서 그래..그러지마..그냥 니가좋아"
"지금 회사동료들 남자친구들 불러서 술마신다는데 우리 거기 가자~ 난 자기 절대 안챙피해..가자 가자"

그렇게 끌려간 자리엔 2커플이 이미 술을 마시고 있었다.
방갑게 맞아주는 남자들은 하나같이 정장 차림이다.

"우리오빠가 이번에 생일 선물로 사준거에요 예쁘죠?"
"이번에 어디 출장을 갔는데, 니생각 나더라.. "

블라블라..

술을 계속 마시는데 취하지 않았다. 그냥 화장실에서 혼자 거울을 보며, 너무나 한심했다.

"취직하자. 노력해서 안될꺼 뭐있어... 그리고 이번 생일에는 최고의 선물을 사줄꺼야.."

한타임 뛰던 아르바이트를 늘렸다. 컴퓨터 쪽에 관심이 많아서, 거의 피시방을 매니져 수준으로 관리해주었다.
나보다 한살 어린 여사장도 어느덧 나에게 많이 의지했고, 모든 피시방일을 나에게 일임했다.
물론 월급도 120만원이나 받게 되었다. 그렇게 몇달이 흐르고.

"다이아몬드"
"보석상가"

몇시간째 네이버에 검색중이다.
무슨 작은 반지 하나가 100만원을 육박했다.

귀찮다는 누나를 데리고 백화점도 갔다. 나 돈벌었는데 나좀 멋있게 해줘봐..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루에 옷값으로 50만원이상을 썻다.

지금생각하면 좀더 진실된 마음에 투자하는것이 그녀를 위한길이었겠지만, 당시에는 그냥 그녀옆에서 부끄럽지 않은 남자친구 이고
싶었다.

"뭐야? 자기 이거 무슨옷이래... 오늘 머리도 잘랐네?"
"생일이잖아 ㅎ 파티해줄께.. 친구들도 온데?"

한참 노래도 부르고 왁자지껄할때 반지상자를 꺼냈다.
예상밖에 다이야몬드 반지를 본 친구들은 복권됐냐고 하며 그녀에게 부럽다고 했다.

"정말 눈물나게 고마워.. 근데.. 다신 이런거 사지마."

뛸듯이 기뻐할지 알았는데 반응이 이상했다.
지금이야 그마음을 알겠지만. 당시에 치기어린마음으로 맘도 몰라준다고 둘둘댔었다.

"자기야. 또 컴퓨터가 느려졌어.."
"응 이따 학원끝나고 갈께~"

당시 조립컴퓨터 전문이였던 나는 여자친구집을 컴퓨터 고쳐준다는 명목하에 수십번 들락였다.
여자친구 부모님도 거의 사위처럼 날 예뻐해주셨고, 매번 거절했지만 자고가라고도 수십번 말씀하셨다.

한가지 늘상 의문이였던건...

크레이지 아케이드?
뭐 이름도 모르는 수많은 애기 게임들이 늘상 컴퓨터에 잔뜩 깔려 있었다.
여자친구집은 제일어린동생이 그당시 22살이였다. 게임도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이건뭔데 맨날 깔려있냐.."
"애기들 동화게임은 뭐야 또 ㅎ 취향 독특해~"
"아.. 조카가 매일와서 깔고가.. 그것때문에 느린거야?"
"여기 계정하나 더 파줄테니깐 애기들오면 이거로 로그인해줘..ㅎ"

"바로 윗층에 조카있는데 밥먹을때 부를까?"
"응? 그걸 왜 물어봐 ㅎ 식구들 밥먹는데.. "
"응. 애가 좀 장난이 심해서...ㅎ"

"우와~ 잘생겼네.. 이름이 뭐니?"
"....."

 

 

 

"아저씨 못생겨서 겁먹었구나..ㅎ 이쪽으로 와.. 같이 밥먹자.ㅎ 잘먹겠습니다. 어머니!"
"....."

그때부터 그녀는 자주 물었다.. "아이들 좋아해?"

지금도 그렇지만 아무리 사귀는 사이라도 상대방 핸드폰 뒤지는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당시에도 그랬고 딱히 궁금하지도 않았다.
게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였지만, 여자친구 핸드폰에 있던 "엄마의 3단정리"라는 게임을 짬날때마다 하고 놀았다.

"띠링." "잘지내? 시간이 흘러도 거스를수 없는게 있잖아. 시간좀 내줘"

앵? 이게 뭔소리래...
당시 오래사귀였기에, 여자친구들의 지인들은 거의 다 알고 있었는데 처음보는 번호였다.

"야 문자왔다. 근데 누구래...그리고 뭔소리래 저건.."

적지않게 당황하며 핸드폰을 낚아챈 그녀는 재빨리 문자를 삭제하였다.
자연스럽게 넘어갔으면 될껄 오히려 당황한 행동에 나는 더 궁금해졌다.

"야. 누군데? 왜 말을 안해..."
"-,.- 아니 누구냐고...? 너 이러는거 더 웃긴다?"

"예전 회사동료야... 신경쓰지마.."
"지금 니 행동을 봐라. 신경 안쓰이나? ㅋㅋ"
"자꾸 만나자고 찝적되서 무시하고 있어. 남자친구 있다고 하는데 이러네..ㅜㅠ"
"헐.. 너좋다는 남자도 있어? ㅋㅋ 취향 독특하네 그 남자 ㅋㅋ 줘봐 내가 바로 떼줄께 ㅋ"
"아냐 괜찮아 ㅋ 아예 스펨등록했어. 신경쓰게 해서 미안 ㅋ"
"야 내여자친구 좋다는 남자도 있고, ㅋㅋ 너 잘나가네.. 대신에 다시는 연락하면 안된다~"

멍청한건지... 연예경험이 없었던 난지.... 다른남자가 내여친 좋다는거 사실만 보고 웃고 넘겼다.
그로부터 얼마뒤에 그일이 일어났다.
늘상 그러듯이 여자친구 회사앞에서 기다리며 담배피는데, 그 한적한 골목에 나말고 다른 누군가가 계속 서성였다.
워낙 한적한곳이고, 늘상 기다려도 사람 거의 못 만났던 골목인데, 자꾸만 서성이니

"쟤도 누구 기다리나...ㅋ 아.. 이 호구남자들..." 하며 웃어넘겼다.

인사하는 여친 표정이 일그러졌다.

"야! 또 챙피하냐? ㅋㅋ 됐어 오늘 밥만먹고 가자 ㅋ"
뒷통수가 싸했다..

세명이서 어두운 맥주집에 들어왔다.
난 상황이 이해도 안되고 지금 내가 왜 여기 있어야 했는지도 몰랐지만, 또 가장 정확하게 사실을 알고 싶었다.

"죄송합니다."

그남자 입에서 처음 나온말이다.
차라리 욕이라도 했으면 싸우겠는데, 나랑 비슷한 나이또래 남자가 죄송하다니 이야기는 들어보고 싶어졌다.
그녀는 거의 울기 직전이다. 그리고 원망스럽게 그남자만 쳐다보고 있다.

"남자답게 까놓고 이야기 합시다."
"나 이여자 남자친구이고 올해로 사귄지도 5년이 넘었어요.."
"한 여자를 2명이 사귈순 없잖아요? 얼굴도 잘생기셨는데 오늘은 그냥 맥주한잔하시고 더이상 얼굴 안보기로해요"

"....."
그녀 눈치만 보며 아무말 없는 그남자다.
그녀또한 그남자만 보며 원망스럽게 눈시울만 붉어져 갔다.

무슨 오지랖인지,
"자자 거 남자친구 있는지 몰랐을때 좋았는데 사람마음 뭐 어디 쉽게 켰다껏다 하나요..?"
"일단 오늘 이렇게 셋이 본것도 인연인데 시켜놓은 맥주나 먹고 다들 귀가 합시다."
"몇살이에요? 말 놓을께요.."
"다음에 보면 웃지않고 싸울껍니다~! ㅎ"

그남자는 쓴웃음만 짓고 죄송하다는 이후로 아무말도 없었다.

"정말 사랑하세요?"

정적을 깬 그남자의 한마디였다.
이정도면 어떤남자도 더이상 받아주긴 힘들다. 좋게 끝내려는 나에게 무슨 저런 질문을.....

"네. 그쪽이 알기전부터 훨씬 많은 추억을 보냈고요. 더이상 이런이야기는 기분 나쁘네요."
"그만 일어납시다. 가자 oo야.."

아무말도 없이 그녀를 한번보고 고개를 숙여 본인 맥주잔만 바라보고 있는 그남자를 두고 여자친구를 거칠게 데리고 나왔다.
착한남자 증후군도 아니고, 오지랖넓은것도 아니고. 속으로 이뭐병...?? 하면서 열받았지만. 또다시 쿨한척 하며 말했다.

"야 오늘만 이렇게 넘어가는거다. 나 진짜 많이 참은거 알지? 그 이상한놈 때문에 속뒤집혔으니깐 소주는 당신이 쏴!! ㅋ"

울면서 내손만 꼭잡고 있는 그녀를 잡고 오히려 내가 더 뭐라하면 안될꺼같아 그냥 괜찮다고 감싸주었다.

"야 니네가 무슨 썸씽난것도 아니고, 그남자가 그냥 너 좋다고 따라다니다가 오늘 만난건데 니가 왜 미안해.. 그만울어 화안났어..ㅎ"
"미안해..... 미안해...."
"자꾸 울면 나 화낸다!? ㅋ 술먹자 돈아깝게 시켜놓은거 얼렁먹자 ㅋ"

정말 눈치없는 나다... 순수했던건가.. 너무 믿었던 건가...

그당시 나는 작은 프로그래밍 회사에 취직하게 되었다.
정말 노동착취의 현장이였다. 라꾸라꾸침대와 친해졌던 시기이기도 하다.
야근을 밥먹듯이 하고, 주말에 쉬는것도 회사 눈치를 봐야했다. 그러면서 거의 매일 만나던 그녀와의 데이트 횟수도 점점 적어졌다.

 

 

월급은 예전 피시방 아르바이트 수준이다.

"ㅇㅇ야.. 진짜 내가 이돈받고 이렇게 일해야 하냐?"

소주병이 잔뜩 흩어진 테이블 위에서 이제 수습기간 끝난 사회 초년생이 그녀를 잡고 떠들고 있었다.

"자기 오늘 할이야기 있었는데, 많이 취했네.. 내일 할께 ㅎ"
"야.야.야. 내가 지금 어? 힘든거..어? 아휴 어지러워.. 근데 너 왜 안마시냐?"
"그냥 요새 술이 안땡겨 ㅋ 그리고 담배좀 그만피워 토할꺼 같아.."
"우..우리 ㅇ ㅐ..애기나 만들까 헤헤..."
"취했다.. 그만 가자.."

깨질듯한 머리를 부여잡고 깨어보니 그녀 방이였다.
밖에서는 부산하게 무언가 만드는 소리가 한참이였고 그녀 어머니 목소리도 들렸다.

"너 언제까지 만나려고 그래? xx(본인)도 인생이 있는데.."
"아 왜또 그소리야.. 내가 알아서 할께.. 지금 안에서 자고 있잖아.."

??
나 좋다는 어머니 아니였나? 나만가면 사위처럼 이것저것 챙겨주시던 어머니 아니였나??
가족들이 나를 싫어하나...??
방에서 꽤 큰소리를 내고 멋적게 거실로 나오니, 음식이 한가득 차려있었다.

"일어났니? 니네 무슨술을 그렇게 먹고 다녀!! 얼릉 밥먹어라.."
"죄송합니다 ^^"

지금 생각 해보면 정말 둔한 나다.. 그날도 그렇게 아무생각없이 밥먹고 집에 왔으니...

6개월째가 되니.. 이제는 내가 회사에서 버틸힘이 없어졌다. 이건 무슨 불법체류자 노동자들 착취하듯이 말도 안되는 일을 던저주었다.

"팀장님 죄송한데, 저 이번달까지만 다니겠습니다."
"나약한놈..."

8년만에 고향으로 내려왔다.
부모님은 철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셨지만, 그래도 집에오니 마음은 편해졌다.

"아.. 한두달만 진짜 쉬다가 다시 일해야지.."

월급을 타는 족족 쓸돈만 빼곤 부모님께 붙여드렸기에, 백수생활 한달만에 모아놓은돈은 금새 바닥이 났다.
돈이 없으니 친구들 만나자고 하는것도 위축되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담배살돈조차 쪼들려 졌다.

"야.. 나 다시 일해야 겠다. 공부좀더해서 포트폴리오 멋드러지게 만들어서 이름있는 회사 들어갈꺼야!!"
"응 넌 항상 잘해왔잖아 ^^ 잘될꺼야.."
"그리고 나 이번에 취직하면 진짜 자리좀 잡자 ㅎ 우리도 벌써 28살이다..ㅎㅎ"
"응 난 너만 믿어.. 그리고 미안해 ㅎ"
"넌 뭐 맨날 그렇게 미안하냐? ㅋ"

날고 기는 프로그래머들이 널린 대한민국에서 저렇게 태평하게 생활하는 내가 취업이 될리 만무하였다.
한번 두번,, 점점 횟수가 잦아질수록 또다지 자괴감에 빠져갔다.
여자친구 만나는 횟수보다, 친구 선배들과 술잔 기울이는 날들이 잦아졌고, 그렇게 못나게 생활하는데도 굳굳히 옆에서 응원해주는
여자친구가 당연스러워졌다.

"형.. 아 ㅆ..씨바... 내..내가 뭐가 못나..나서 자꾸 떨어뜨리는거야..1!"
"야 임마 인생쉬우면 그게 인생이냐? 너보다 더 힘든애들 널렸어.. 술이나 쳐먹어..."
"아... 지.진짜 나 성.성공하고 싶은데...어휴.."
"성공하고 싶은새끼가 맨날 술타령이냐..."
"너 물리학 전공이지?"
"어? 어... 근데 엠씨스퀘워 말곤 하나도 기억안나...하..하하"
"너 우리 연구소 한번 써볼래?"
"어?????"
"연구소???"
"뭐야? 자리 있어?? 형이 꼽아주는거야??"
"미친... 내가 뭘꼽냐... 이번에 신가치 사업으로 물리쪽 기반으로 3D 모델링쪽 다룰수 있는 연구원 뽑는다."
"석사 이상급만 뽑고는 있는데 잘 안구해지고 있나봐.. 한번써봐.. 될수도 있으니깐"

"아...ㅆ..씨바..석사... 돼써 안해!"
"이새끼가 ㅋㅋ 형이 써보래면 써봐.. 박사님들한테 말은 해놔볼께.."

면접 : "지방대학교 나오셨네요?"
본인 : "네...;;"
면접 : "학점이.....;;"
본인 : " 아 그게... 학기중에 컴퓨터쪽으로 공부한다고요...아.. 컴퓨터 관련 복수전공은 확실하게 A이상입니다.!"
면접 : "저희는 석사급분들만 뽑고 있는데.... 일단 잘 알겠습니다. 나중에 연락 드리겠습니다."

나중에 연락 드리겠습니다. 나중에 연락 드리겠습니다. 나중에 연락 드리겠습니다.
저말이 의미가 정중한 거절이란건 이미 뼈저리게 느꼈다.
타들어가는 담배연기가 씁슬하다...

.

 

 

"xx(본인)씨 핸드폰인가요?"
"네 누구세요?"
"여기 ㅇㅇㅇ 연구소 입니다. 최종 통과하셨는데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신가요?"
"네???"
"오늘요!.. 아..아니.. 내일부터도 되요!.."
"ㅎㅎ 네 그럼 다음주 월요일날 행정실로 9시까지 오세요.."

운이 좋은건지, 하늘에 누군가가 날 도운건지.. 거지같은 내 스펙으로 연구소에 취업하게 되었다.
업무는 매우간단하면서 즐거웠다. 20평이 넘는 큰 사무실을 혼자 쓰라고 내어주고, 연구소 답게 양보단 질적 결과를 요구했다.
충분한 시간을 주어주고, 전문적인 지원도 마다하지 않으니. 결과가 나쁠리 없었다.
특정 샘플을 3D 모델러로 그려주고, 물리적인 충격량을 계산해서 데이터를 만들어 주는 일을 하게 되었고,
무었보다. 주5일에 6시 정시퇴근이 보장된다는 점이 너무 좋았다.

"너 어제 무슨꿈꿨어?ㅎㅎㅎ"
"응? 꿈은 무슨 왜 하고 싶은 말이 뭔대?"
"ㅇㅇ야.. 그동안 니가 있어 너무 행복하고 힘이됐어.. 나랑 결혼해줄래?"

항상 시집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그녀였기에 뛸듯이 기뻐할지 알았는데
갑자기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미안해..."

"미안해..."
"그리고 우리 헤어지자..."

장난치는거라고 생각했다. 딱히 싸운일도 없고, 반듯한 직장도 잡았고.. 결혼이 부담되서 생각해볼께도 아니고.
헤어지잖다...
7년이라는 시간을 붙어있었다. 20대의 거의 전부를 같이 보냈다. 물론 중간에 다투고 헤어지자 소리나온적도 있었지만
이렇게 울면서 진심으로 헤어지자는건 처음이였다. 게다가 지금 이순간은 내가 프로포즈 한순간이 아니였는가..

담담하게 물었다.
"내가 아는 니가 이런말을 쉽게 하진 않아. 7년이나 당신과 같이 지냇는데 이별의 이유가 뭐니?"
"납득이 되면 그래.. 헤어지자."
"....."
"말해줄수 없어. 그냥 안듣는게 더 좋아. 그냥 헤어지자..."

그리고는 말을 이어갈수도 없게 대성통곡하였다.
울면서 미안하다고만 하는 그녀를 일단 집에 데려다주고 고속도로를 달리며 곰곰히 생각 했었다.

"이유가 뭘까...."

그녀에겐 시간이 필요한듯했다. 이유가 어찌되었든 혼란스러운 그녀에게 전화해서 닥달하는건 아닌거 같아 문자만 남기고 잠들었다.

문자 : "갑자기 결혼 이야기 꺼내서 당황했지? ㅎ 이유가 어찌되었든 난 다 너 이해해 내일 통화하자 ^^"

다음날이 오후가 되어도 그녀의 대답은 없었다. 성격급한나는 시간을 주자던 어제의 다짐도 잊은채 다시 그녀 집으로 찾아갔다.
운전하는 40분동안 별생각을 다했다.

"다른남자가 생긴건가??"
"술먹고 실수해서 다른남자랑 잠자리를 가졋나??"
"부모님이 반대하시나???"

그 짧은 시간에 내가 상상할수 있는 연인사이에서 최악의 경우를 다 생각해냇다.
그리고 설사 그녀가 다른남자와 잠자리를 가졋더라도 난 받아줄수 있다. 그녀의 마음이 나만 바라보고 있고 그랬으니 받아줄수 있다.
라고 다짐하고 찾아갔다.

"집앞인데 잠깐 나올래..?"
"말하고 오지... 잠깐만 기다려 내려갈께.."

7년을 만나면서 항상 나에게는 화장하고 꾸민 모습만 보여주려던 그녀였는데.
얼마나 울었는데 눈은 부어있고 머리는 그냥 동여맨체 그녀가 나왔다.

"차안에 정적이 흘렀다."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꺼내야 하는걸까. 내심 그녀가 속시원히 이야기 해줬으면 하는 바램이 컷다.

"무슨일인지 말해줄수 있니?"
"........"
"너라면 7년을 만났는데 하루아침에 헤어지자고 통보 받으면 궁금하지 않겠어? 그러니깐 말해줘..."

또 울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미안하다는 사과뿐...

30분째 이어가더니 그녀가 심호흡을 하고 말했다.

"정말 듣고 싶어? 후회할텐데?"
"후회하더라도 들어야 겠어. 누구라도 그렇게 선택할꺼야.."
"......."

"사실.. 니가 예뻐하던 조카..."
"응 ㅇㅇ이... 그애가 왜?"
"사실... 내 아들이야...."
".........."

화가 나지도 않았다. 그냥 머리속이 멍해졌다. 그리고 7년이란 추억이 빠르게 지나갔다..

"애 아빠는..?"
그순간. 그녀입에서 "죽었어"라고 대답해주길 너무나도 간절히 기도했었다.

"....."
"저번에... 내가 스토커라고 말해서 셋이 잠깐 본 그사람...."
"하....."

그녀와 같이 차에 있을땐 담배를 절대 피지 않는 나였지만, 떨리는 손을 감추며 담배를 하나 물었다.

"왜...."
"왜.. 헤어진거였는데..?"

 

 

한번 말문이 터진 그녀는 순순히 모든 이야기를 해주었다.
고3 철없을때 만난 그 남자와 처음으로 잠자리를 갖게 되었고, 피임이란것도 잘 몰랐던 어린시절에 애가 덜컥 생겼었다고.
책임지겠다던 달콤한 그남자 말에 아이를 낳기로 결심하고, 절대 만류하던 부모님의 뜻을 거스르고 출산까지 이르렀다고..
그리고 그 달콤했던 남자는 어린시기에 중압감이던 원래 되먹지 못한 쓰레기였던, 책임을 회피하였고..
마지막에 술쳐먹고 집에까지 찾아와 그녀를 때리고 그녀 부모님께 욕설까지 퍼부었던 기억까지 이야기 했다.

"나 절대 그사람한테 다시 가고 싶은 생각없어.. 그날 정말 무서웠어 그사람이 너한테 다 이야기 할까봐... 정말 미안해.."
"처음에 ㅇㅇ이가 좋은남자라고 소개시켜줬을때 싫다고, 다시는 남자 안만난다고 거절했었는데, 니가 전화한날도 그남자가 연락하고
그래서 홧김에 그냥 가볍게 만나볼려고 나왔던거였어.."
"정말 어리니깐 한두달 만나다 그만 하려고 했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렇게 사랑받는 느낌이였어"
"정말 인생살면서 너무 행복했었어.. 너랑있으면 모든게 자신있었고, 항상 사랑받는 느낌이였어.. 그래서.."
"그래서 정말 그만해야지, 사실을 말해야지 하면서 그 행복이 깨질까봐. 니가 떠날까봐 무서워서 말못했어.."
"근데 이제 우리 나이가 되고.. 니가 결혼하자고 하니 너무 겁났어.. 너희 부모님도 나 너무 예뻐해 주셨는데..."
"너무 죄송해서..."

또다시 울음이 터졌다..
담배불이 끝까지 타버린지도 모르고 들고 있던 떨리던 손때문에 쟤가 바지로 다 떨어졌다.
어머니가 즐겨보시던 SBS 아침드라마 같은 일이 나에게 펼쳐지고 있었다.
화가 나기보단, 그동안 말못하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더럽지..?"
"나 미워해.. 아니 증오해... 그렇게 해죠.. 정말 미안해..."

"그만해 그런말..생각좀 하자.."

정말 비겁하지만, 난 그녀에게 그순간 괜찮아! 내호적에 올리고 같이 살자! 라고 영화처럼 말하지 못했다.
그냥 왜 이런일이 나한테 생긴건가.. 누구라도 잡고 원망하고 싶었다.
아니 솔직하게 그순간으로 돌아가서 그 공중전화에서 먼지쌓인 수화기를 드는 날 말리고 싶었었다.

그녀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그냥 모든게 슬퍼졌다. 그녀의 인생도.. 용기없는 내모습도... 그리고 그 꼬마 인생도...

누구에게 이야기도 못하고 술만 마셨다.
정말 죽을만큼 마셨다. 딱 일주일만 시간을 달라고 그녀에게 말하곤 정말 비겁하게 다시 전화할 용기가 나질 않았다.
그렇게 몇일이 흐르자 아버지가 조용히 말씀하셨다.

"ㅇㅇ이 문제니?"
"착하고 좋은 아이다. 남자가 책임질일을 했으면 책임져라."

고민끝에 아버지에게 사실을 이야기 했다. 나보다 많이 사신분이니 어느순간부터 내가 존경하게 된분이니. 명쾌한 해답을 주실꺼라
생각했다.

"헤어져라..."

마음이 너무 먹먹해졌다. 중학교때 선배들에게 맞고 집에들어와서 울어본적 이후로. 처음으로 아버지 앞에서 울었다.

"알겠어요." 짧고... 간략하게...그리고 너무나도 서럽게...

들어간지 한달도 안되었는데 정중하게 거짓말로 사정을 말씀드렸다. 턱이 너무 아파서 염증이 생겼는데 치료받아야 한다.
일주일만 휴가받을수 있냐..

그리고 술로 살았다. 술이 해결은 아니지만, 취하지 않고는 너무 감당이 안되었다.
오랜 연애기간이 되면 사귈때는 그 소중함을 모르지만, 헤어지고 나면 그 후폭풍은 감히 감당이 안된다..
나는 그렇게 사랑이라고 부르짖어놓고, 그녀를 결국 책임지지 못하였다.
그일이 있기 한달전에 같이 맞춘 커플 핸드폰의 뒷번호는 9503 이였다..

나도 사람인지라, 죽을꺼 같던 한달이 지나고... 1년이 지나니.. 예전처럼 미쳐버릴꺼 같은 감정은 많이 누그러 졌다.
하지만 그녀가 남긴 증후군이 생겼다.
여자가 무슨말을 해도 믿지 못하게 되었다. 특히 남자 문제는 거의 병적으로 싫어하게 되었다.
여자든 남자든 사회생활하면서 이성과 만날수 있는것인데, 거의 미친놈 수준으로 집착하게 되었다.

3년이 지나니 이제는 웃으면서 이렇게 이야기도 쓸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일에 미쳐 회사에서는 꽤 크게 인정받는 자리까지 오게도 되었고...

그리고 이제 나도 여자를 만날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서서히 들었지만. 새로 시작한 연애도 쉽지만은 않다..
그녀의 오빠.. 친구들 때문에 혼자 힘들어하는 날 보면서. 과연 내가 다시 순수한 사랑을 할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모두들 아픈 추억하나씩 가지고 있는데 이런이야기 혼자 슬프다고 끌어안고 힘들어하는게 바보같지만.
지금 새로 시작되는 인연에서 까지 힘들어하는 날보며 이렇게 글을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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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글 읽어주신분들 감사합니다. 이야기 내내 반말체도 죄송하고요 ㅎ. 지금 새로만난 어떤 아가씨때문에 너무 힘들어하다가.
문득 예전 내 경험때문에 이런가 싶어서 어딘가 이야기 해보고 싶었습니다.

전있지만.. 여러분은 안생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