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기자를 전문직이라고 하는데,?한국의 현실에선 좀 다릅니다?미국과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미국은 주요 전문직을?‘스쿨(school)’에서 길러냅니다?대표적으로?로스쿨,?법조인을 만들어내죠?그다음에?메디컬스쿨,?의학대학원입니다?세 번째가?비즈니스스쿨,?경영자를 배출하죠?네 번째가 바로 언론인을 양산하는?저널리즘스쿨입니다?과장하자면 이 네 기관이 미국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거나 다름없어요

이 기관들의 공통점은?대학전공과 무관하다는 겁니다?미국은 학부에서 의학,?법학 안 가르칩니다?사회과학,?인문학적 교양을 충분히 쌓은 후에?대학원에 들어가서야 그걸 배우는 구조인 거죠

이 기관들의 공통점은?대학전공과 무관하다는 겁니다?미국은 학부에서 의학,?법학 안 가르칩니다?사회과학,?인문학적 교양을 충분히 쌓은 후에?대학원에 들어가서야 그걸 배우는 구조인 거죠

미국의 저널리즘스쿨에선 이론과 함께?취재보도의 실기를 가르칩니다?미국 미주리주립대 저널리즘스쿨은 학생이?60여 명,?교수가?40여 명입니다?이들은 일간지,?방송,?라디오,?주간지 등?10개 정도의 매체를 직접 만듭니다?한국 대학의 학보사 수준이 아닙니다?이들의 일간지는 실제로 일반인들이 구독하는 신문입???다?방송 채널은 미국?NBC의 지역 채널을 겸합니다?라디오 채널은 미국 국립라디오?NPR의 지역채널입니다?다시 말해,?프로페셔널한 매체를 만듭니다?학생들은?실제 기사를 작성해 보도하고,?함량에 미달하는 기사를 쓰면 당연히 졸업을 할 수 없습니다

반면 한국에서는?4년제 대학 갓 졸업한 젊은이들이 언론사 시험 치고 기자가 됩니다?그들은?언론에 대해서 아는 바가 거의 없고,?한국 대학 교육의 특성상?인문·사회과학 전반에 대한 교양도 매우 부족합니다?오직 논술과 작문의 글쓰기만 집중적으로 연습하여 기자가 됩니다

의사나 법조인은 그만큼 시간과 노력이 듭니다?열심히 공부해야죠?수렵 과정 거치거나 연수받아야죠?웬만한 나이가 되어야 수술도 하고 판결도 내립니다?그런데 유독 기자만?20대 중후반에 바로 최상층에 편입됩니다?대학시절 배운 알량한 지식으로 운 좋게 시험에 붙는 순간, ‘높으신 분’들과 바로?‘맞짱’을 뜹니다?사회지도층,?권력가들을 만납니다?한국에 그런 직업이 없어요?일하다 보면 자기가 경찰서장이랑 동급인 줄 알고,?자기가 국회의원인 줄 알고,?재벌 총수들하고 어울리면서 ???국경제를 이끄는 것처럼 생각해요?그런?환상에 취해서 지냅니다

이야기가 좀 길어졌지만,?이것이 바로 기자들이 대중에겐 큰 신경 쓰지 않고 자기만족적인 기사를 쓰게 되는 배경입니다?우선 기사의 출발 자체가 출입처를 중심으로 한 권력자들입니다?그리고 그 기사에 대한 반응도 그들 권력자입니다?예컨대 제가 청와대 출입기자라고 칩시다?제가 쓴 기사를 누가 볼까요??일반 독자들은 제가 쓴 기사가 뭔지 기억도 못 해요?대신 청와대 대변인실에서 반응이 오겠지요?많은 이에게 세상 돌아가는 걸 알리는 게 원래 목적인데,?하다 보면?권력자에게 나 이거 썼다,?하면서 보여주는 글이 되고 말아요

여러분은 궁금하실 겁니다?도대체 왜 기자들은 저런 쓰레기 같은 기사를 쓰나,?누가 봐도 왜곡 편파 보도인데,?그런 기사를 왜 쓰나?그들이 원래 나빠서 그런 걸까요??아닙니다?그들의 꿈도 처음에는 소박했을 거예요?남들처럼 번듯하게 살고 싶다가,?또 보는 눈이 있으니까 웬만큼 살고 싶고,?권력도 쥐고 싶고…?이러면서 점점 욕심을 키워가는 겁니다

예컨대 ???이라는 기자가 있습니다?이 친구의 꿈은 소박해요?아침?9시에 출근해서 저녁?6시에 정시퇴근을 하고 싶어 합니다?퇴근 뒤에는 취미활동도 하고 주말에는 토·일요일 꼬박 쉬어가면서 하이킹도 하고 캠핑도 가고 싶습니다?1년이면 적어도?2주일은 휴가를 내서 해외여행 가고,?늦어도?40대 후반에는 은퇴해서 시골에 전원주택을 짓고 텃밭을 가꾸면서 조용히 글이나 쓰고 싶어 해요

이 기자가 그 꿈을 이루려면?왜곡,?편파 보도를 해야 해요?6시에 퇴근하려면 기사 확인은 어렵습니다?청와대에서 브리핑하는 대로 받아 적어야 합니다?주?5일만 근무하려면 추적기사도 쓰기 어렵죠?그냥 보도자료 받아서 쓰고,?미심쩍은 게 있더라도 넘어가야 합니다?은퇴 후에 안락한 삶을 보장받으려면 돈 있고 힘 있는 사??의 눈에 들어야 합니다?그래서 수많은 언론인들이 변절하고 권력의 품에 안기는 거예요?평범함을 넘어 우아하고?‘폼 나게’?살고 싶은 강렬한 욕망이 그들을 망치는 겁니다

언론인은 좀 달라야 합니다?사명감이 있어야 해요?장렬하게 과로사해도 좋으니 살아 있는 동안 시대를 뒤흔드는 권력 고발 기사 한번 써야지,?하는 생각이 없으면 돌파하기 어렵습니다?(웃음)?자꾸 부정적인 이야기를 늘어놔서 죄송합니다만,?그렇다고 해서 희망이 없는 건 아닙니다?바로 여러분 같은?독자들이 신문을 살릴 수 있으니까요?세상은 원래 그래,?언론의 생리가 다 그렇지 뭐,?하고 생각하실 수 있어요?신문·방송 안 믿고 안 보면 그만입니다?말릴 사람 없어요?개인의 선택이니까요?하지만?그러기에는 언론의 역할이 너무 거대합니다?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력이 엄청납니다

제대로 된 저널리즘 교육을 받지 못한 한국의 기자들.. 그 중에서도 쉴 새 없이 오보 기사를 쏟아내는 인터넷 신문 기자들은,교육을 받긴받은 건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기획사의 꼭두각시처럼 보이는 몇몇 연예부 기자들도 마찬가지고요.

참고로 이 글의 원제는 안수찬 기자의?“왜 빈곤층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걸까?”이고,?안수찬 기자는?1997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한??레21>?편집장을 역임했던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