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명 이후 언론사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에 대한 의혹보도를 막았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이 후보자는 "다소 거칠고 정제되지 못한 표현을 사용한 제 부덕의 소치"라며 "국민 여러분께 용서를 정중히 구하고자 한다"고 사과했다.

KBS가 이날 오후 새정치민주연합 김경협 의원으로부터 제공받아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지난달말 기자들과 서울 통의동에 있는 후보자 사무실 근처 식당에서 오찬을 하던 중 언론 회유·협박 의혹을 살만한 발언을 했다. 그는 "'야, 우선 저 패널부터 막아 인마, 빨리, 시간없어' 그랬더니 '(그쪽에서) 지금 메모 즉시 넣었다'고 그래 가지고 빼고 이러더라고. 내가 보니까 빼더라고"라고 말했다.

녹취록에는 언론사 간부를 통해 인사에 개입할 수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 후보자는 "윗사람들하고 다, 내가 말은 안 꺼내지만 다 관계가 있어요. 어이 이 국장, 걔 안 돼. 해 안해? 야, 김부장 걔 안 돼. 지가 죽는 것도 몰라요. 어떻게 죽는지도 몰라"라고 말했다. 또 "좀 흠이 있더라도 덮어주시고, 오늘 이 김치찌개를 계기로 해서 도와주쇼"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앞서 김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자의 땅 투기 의혹이 불거졌을 때 종편 언론사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관련 보도가 빠지게 했다는 신빙성 있는 제보가 있다"며 "이 후보자는 기자들에게 언론사 간부와의 친분을 이용해 기자 인사에 관여할 수 있다는 협박성 발언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 언론 통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후보자가 전화를 건 뒤 실제로 보도가 중단됐는지, 언론사 인사 개입이 있었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아, 당시 발언이 일종의 '과시용'일 가능성도 있다. 해당 방송사 관계자들은 관련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는 자료를 배포해 "사적인 자리에서 답답한 마음에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또 "공직후보자로서 경솔했을 뿐 아니라 국민 여러분께 불편함을 드린데 대해 대오각성하는 마음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 보다 더 진중한 몸가짐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지 않도록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국회 인사청문특위는 그동안 논란이 됐던 증인, 참고인 명단을 가까스로 확정했다. 증인 선정이 늦어지면서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하루씩 순연해 10, 11일 이틀간 열리게 됐다. 이 후보자의 우송대 황제특강 의혹에 대해 손종국 전 경기대 총장이, 분당 토지 투기의혹에 대해선 충청향우회 명예회장인 강모씨와 부동산업체 KPC 그룹의 유모 이사 등이 증인으로 청문회에 출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