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디어】 장진택 기자 = 급발진 사고를 확실하게 추적할 수 있는 ‘진짜’ 블랙박스가 등장했다. ‘케이버드(K-Bud)’라는 이름의 이 제품은 차량 속도 및 엔진회전수, 가속패달을 밟은 정도, 드로틀 밸브가 열린 정도, 브레이크 패달을 밟았는지 등을 실시간으로 기록한다. 일반적인 차량용 블랙박스처럼 영상을 기록하는 건 아니다. 엔진에서 나오는 각종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저장하는 장치다.

주행 중 각종 데이터를 저장하는 장치가 없었던 건 아니다. 에어백에 연결된 ‘EDR’이라는 장치가여러 데이타를 기록하긴 했다. 하지만 EDR은 에어백이 터지기 직전 몇 초만의 데이터만 기록하고, 복잡한 암호화를 거쳐 기록되기 때문에 반드시 자동차 회사의 도움을 받아야 열어볼 수 있어서, 운전자들에게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나 다름 없었다.

보통 급발진 (추정) 사고는 운전자의 주장과 자동차 회사의 주장이 대치된 구도에서 자동차 회사 위주로 마무리되곤 한다. 운전자의 주장을 받쳐줄 만한 증거자료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사자는 “가속 패달을 밟지 않았는데 엔진이 굉음을 일으키며 급발진 했다”고 말하지만, 자동차 회사는 “데이터를 봤더니 드로틀 밸브가 열린 걸로 나온다”며 “차에는 문제가 없었다, 운전 조작 미숙이다”라는 결론으로 마무리되곤 했다.

▲ 케이버드를 통해 실시간으로 저장된 주행 데이터를 바로 노트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늘 발표된 ‘케이버드(K-Bud)’는 이런 불편함, 혹은 억울함을 말끔하게 해소하는 제품이다. 가속과 감속 등에 연관된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저장하고 24시간 동안 지우기 않기 때문에 언제든 자신의 차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추적할 수 있다. 가속패달을 밟은 정도와 드로틀 밸브가 열린 정도까지도 실시간으로 저장하기 때문에 급발진 사고를 규명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법인 양헌의 장중환 변호사는 “케이버드(K-Bud)가 수집한 데이터는 급발진 사고에서 가장 중요한 객관적인 자료로서, 법정에서도 중요한 효력을 지닌다”며 “이 장치를 통해 급발진 사고가 명쾌하게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양헌은 오늘 발표된 ‘케이버드(K-Bud)’의 법률자문을 맡고 있으며, 향후 이 제품을 장착한 급발진 사고에 대해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케이버드(K-Bud)’는 조만간 시중에서 6~7만원 정도의 가격에 팔릴 예정이다. 장착은 생각보다 쉽다. 자동차 핸들 밑에 있는 'OBD-Ⅱ'에 코드를 연결하면 장착이 끝나고, 별도 전원 연결도 필요없다. 다만 OBD-Ⅱ장치가 달려 있는 2010년 이후에 나온 차만 장착할 수 있다.

▲ 김필수 자동차급발진연구회 회장(대림대 교수) 

제품을 개발한 김필수 자동차급발진연구회 회장(대림대 교수)는 “이 장치가 급발진 (추정) 사고에서 운전자의 과실인지, 차량 결함인지 여부를 확실하게 밝혀줄 것”이라며, “나아가 급발진의 원인을 밝혀 완벽한 자동차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