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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ebqkzh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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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주필
과연 언론의 김영란법 적용이 합헌인가 그것이 핵심이었다.
헌법재판소는 3단 논법을 이용해 합헌을 유도했다.
첫
째, 언론은 고도로 공공성이 요구되고, 둘째, 청렴해야 하는데 부패했고, 셋째, 그러므로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는 데 대다수 여론이
찬성했다는 것이다. 세 가지 논리를 이어주는 고리는 여론조사다. 헌재는 마음속의 허상을 포장하기 쉬운 여론조사를 말하면서도 그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이라크 침공 후 살상무기의 존재가 허구였듯 만약 '언론=부패'의 등식이 증명되지 않는다면 헌재의
합헌은 사상누각이 된다. 헌재의 발표 내용은 전 세계에 타전됐으며 그것은 한국 언론을 부패집단으로 보증한 셈이다.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양식 있는 언론인은 대단한 모멸감을 느꼈을 것이다.
국민권익위에 왜 식사값 한도를 3만원으로 정했느냐 물은즉, 여론조사를 해서 그렇게 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한국의 제도는 여론조사라는 카드 위에 지은 집인가.
헌재의 발표가 날 무렵 우병우 진경준 홍만표 등등의 사건으로 고위층에 대한 대중의 분노는 들끓었다. 그래서 언론·사학 포함은 합헌이 날 거라는 억측이 분분했다. 헌재의 판결은 억측을 비켜가지 않았다.
미
국의 수정헌법 1조는 "국회는 어떠한 이유로도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을 만들어선 안 된다"고 철통같이 규정하고 있다. 영국은
2012년 루퍼트 머독의 뉴스오브더월드가 도청으로 특종한 사건이 발생하자 언론규제법을 만들었으나 "영국 망신시킨다"며
폐기처분했다. 이번에 김영란법은 언론을 규제 대상에 넣은 세계적 첫 사례이기에 헌재의 책임감은 더욱 막중했다. 따라서 시중여론의
압력이 태산 같아도 헌재 재판관은 얼음장 같은 이성, 나노처럼 정치한 이론으로 대응했어야 했다. 꼼짝없이 인정할 객관 증거 대신
여론 뒤에 숨었다. 대한변협신문은 "헌재의 판결은 포퓰리즘 그 자체"라고 규정했다.
헌재는 합헌이론을 전개하면서
한국의 부패인식지수(CPI)를 신줏단지 모시듯 원용했다. 이 지수를 산출하는 원리는 무엇인가. 기업인 설문과 영미 몇몇 기관들의
점수를 합산한 것이다. 한국 내에선 재벌총수도 구속되고 일감 몰아주기도 처벌하고 많이 달라지고 있지만 CPI지수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똑같이 55다. 그것이 OECD 34개국 중 27위라는 숫자다. 한국의 언론자유도는 세계 66위로 후진국 수준이다.
한국은 한국의 줏대를 갖고 하면 된다. 금융실명제 이후 한국의 투명성은 선진국 수준으로 나아졌다. 현 상황에서
나는 '언론=부패'라는 등식에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 김창종·조용호 재판관은 "민간 영역 직군들 가운데 언론이 김영란법 우선
대상으로 삼아야 할 정도로 다른 직군에 비해 부패했다는 실증적인 조사 결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방송통신미디어는 청렴경쟁지수가
가장 높게 나타나 민간 산업 중 상대적으로 청렴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위헌 의견을 냈다.
미국·독일·일본판 김영란법의
명칭을 보면 모두 '공직자'가 포함돼 있고 적용 대상에 언론은 빠져 있다. 한국 역시 국민권익위가 국회에 올렸을 때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이었다. '공직자'가 분명 들어가 있었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이 뒷부분을 슬쩍 빼버리고 언론을 집어넣은
천벌받을 짓을 한 것이다. 공공기관으로 KBS와 EBS가 들어가 있는 것을 보고 "MBC·SBS는 어떻게 하느냐" 그러다가 "그럼
신문사는 왜 봐주느냐?" 그렇게 엉터리 연상을 하다가 이상민 당시 법사위원장이 "위헌 소지가 크다"면서도 본회의에 넘겼다.
KBS부터 제외했어야 옳았고 그랬더라면 헌재는 언론을 엮어 넣느라 포퓰리즘 꼼수를 부릴 필요도 없었으리라.
또 하나.
김영란법에서 국공립대학 교수의 강연료를 30만~50만원으로 제한한 것은 코미디로, 헌재의 현실인식 결핍을 말해준다. 인공지능의
3대 지성 제프리 힌튼,얀 러쿤, 앤드루 응 교수는 강연료가 2억원도 넘으며 그들은 기업에서도 천문학적 자문료를 받는다. 벤
버냉키 전FRB 의장의 내한 강연료는 45만달러(약 5억원)였다. 그런데 한국의 국공립대 교수는 해외 강연 시에도
30만~50만원을 넘으면 안 된다. 지금 일류급 교수들이 돈 때문이 아닌 모욕감 때문에 한국을 떠나겠다고 난리다. 다시 언론으로
돌아가면, 공공성과 공직은 하늘과 땅 차이임을 헌재는 간과했다. 공직자에겐 막강한 공권력이 주어지며 이에 저항하면 공권력 방해죄로
처벌된다. 국민은 세금, 연금으로 공직자들의 삶을 책임진다.
반면 언론은 공권력을 감시하는 게 본 목적이며 제 스스로 비용을 충당하고 망하기도 하며 공무원연금 같은 특혜도 없다.
이
번 진경준-김정주의 검은 커넥션도 언론이 능동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으면 국가 스스로 절대 밝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기에
미국은 언론을 수정헌법으로 보호하고 전 세계 어느 국가도 한국의 김영란법 같은 굴레를 씌우지 않은 것이다. 이 같은 공공성과
공직의 차이를 감안하면 김영란법 적용은 언론을 욕보이는 일이다. 혹자는 언론이 예전보다 힘이 빠져 조롱당하는 거라고도 평한다.
사특한 취지가 가득한 법에 언론과 사학의 포함 여부를 가리면서 헌재가 포퓰리즘에 물든 것은 하나의 이정표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공공성 하나만 놓고 보면 언론보다 의료, 법률, 금융 등이 훨씬 강한데 언론만 적용 대상에 넣은 것은 평등성 위반이고
과잉금지원칙에 여전히 위배된다고 판사 출신 조현욱 변호사는 지적한다. 잘못된 것은 제자리에 돌려놔야 한다.
그것은
헌재의 손을 떠났고 국회의 몫이다. 국민권익위가 당초 법을 제정한 정신에 따라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을 되살리고 세계의 웃음거리가
될 언론 적용은 제외시켜라. 끝으로 헌재는 여론조사 내용이 무엇인지, 합헌의 법리적 판단 근거가 무엇인지 좀 더 정치한 내용을
밝힐 책임은 있다고 본다. 이처럼 큰 반향을 일으킨 판결에서 어떤 하자가 있었다면 앞으로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렇다.
[김세형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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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합헌은 한국언론에 대한 모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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