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 시각) AP통신은 미국 정부 기관이 감독하는 남극기지에 성폭력이 난무했지만, 피해자가 신고해도 묵살당하거나 불이익을 받는 등 지속적인 성폭력 구조가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문제가 된 곳은 남극 맥머도 기지로,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이 자금을 대고 감독하는 곳이다. 이 기지에는 레이도스 등 연구 용역을 수주한 다수 업체의 직원들이 머무는데, 70%는 남성이다.

기지 인구는 남반구의 겨울철에는 200∼300명, 여름철에는 1000여명에 달하지만 무장한 연방 법 집행관 한 명이 치안을 담당하고 있을 뿐 현지 경찰이나 유치장은 없다.

보도에 따르면 기지 내에서 남성이 여성을 성폭행하거나 목숨을 위협하는 일이 속출했고, 언어적 성폭력을 가하는 일이 잦았다.

그러나 극한 지역에 고립된 공동체인데다 사실상 치안 유지 체계가 없어, 여성들이 피해를 호소하더라도 묵살당하거나 도리어 불이익을 당했다.

보고된 피해에는 성추행범과 분리되지 않고 계속 함께 일했던 사례, 강간 피해가 괴롭힘으로 희석된 사례, 성폭행 범죄를 보고했다가 해고된 사례 등이 있었다.

기계 정비공 리즈 모너혼은 "기지에서 한때 교제한 남성에게 성폭력을 넘어 생명의 위협까지 받았다"며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작업복이나 스포츠 브라 속에 항상 망치를 지니고 생활했다"고 말했다.

그는 "살아남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디서라도 그가 근처에 다가오면 휘두르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급식 노동자이던 한 여성은 상사에게 남성 동료에게 성폭행당한 사실을 고발했으나, 비난만 받다가 2개월 뒤 해고됐다. 이어 상황을 바로잡으려던 관리직원도 본사에서 문제를 키우지 말라는 지시를 받은 뒤 해고됐다.

앞서 미국 남극기지의 성추행 문제는 지난해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의 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맥머도 기지에 있던 여성 59%가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당했다고 설문에 답했다. 또 여성 72%는 이러한 상황이 남극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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