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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에 주둔 중인 러시아 바그너 그룹이 폴란드를 공격하길 원한다는 벨라루스 대통령의 발언이 파장을 낳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벨라루스 국영 벨타통신 등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만나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바그너는 서쪽(폴란드)으로 진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루카셴코 "바그너, 우크라 도운 폴란드에 복수 원해"

루카셴코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폴란드는 물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긴장케 하고 있다.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가 공격받을 경우 나토는 폴란드 방어를 위해 군사적 지원에 나설 수 있다. 이럴 경우 러시아와 나토의 충돌로 비화될 수 있다. 앞서 지난 21일 푸틴 대통령은 "벨라루스가 폴란드로부터 공격받으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발언했다.

이날 루카셴코 대통령은 바그너 그룹이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한 폴란드에 복수하길 바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바그너 그룹은 원한을 품고 있다. 그들은 아르툐몹스크(우크라이나명 바흐무트)에서 싸울 때 (우크라이나의) 군사 장비가 어디서 왔는지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바흐무트는 약 10개월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격전을 벌인 곳으로, 바그너 용병 부대가 대거 참전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바그너 그룹을 벨라루스에 붙잡아두겠다"며 바그너그룹을 말리기 위해 자신이 고군분투 중이라고 했다. 바그너 그룹은 지난달 24일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주도로 무장반란을 일으켰다가 하루 만에 철수한 후 벨라루스로 근거지를 옮겼다.

이후 국경을 맞댄 폴란드와 벨라루스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벨라루스군과 바그너 그룹은 폴란드 국경 인근에서 합동훈련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측은 현재 벨라루스에 바그너 용병이 5000명가량 있다고 추정한다. 폴란드는 바그너그룹과 벨라루스의 침공에 대비해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국경에 2개 여단을 배치한 데 이어 더 많은 병력을 투입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나토 헌장 5조 발동 될 것"

서방 측은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명분을 만든 뒤 폴란드 침공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분석가들을 인용해 "러시아가 폴란드에 대한 공격을 정당화하기 위해 '거짓 깃발' 작전을 계획하고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벨라루스가 폴란드로부터 공격 받은 것처럼 위장하고 이를 명분 삼아 폴란드를 침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날 루카셴코 대통령은 폴란드 군대가 국경 어느 지점에 배치돼 있는지 푸틴 대통령에게 설명하기도 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21일 폴란드가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의 영토 점령을 노린다는 주장을 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국제 정책·외교 전문가인 자베드 알리 미국 미시간대 교수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 대해 "공허한 협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바그너그룹이 폴란드를 공격할 경우 나토 헌장 5조가 발동돼 (바그너그룹이)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나토 헌장 5조는 '회원국에 대한 무력 공격은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필요시 무력 사용과 원조를 제공한다'고 규정한다. 앞서 나토 회원국인 독일은 지난 21일 "동부 국경을 방어하기 위해 폴란드를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알리 교수는 "푸틴은 우크리이나 전쟁과 관련해 여러 협박을 하고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게 있는데, 루카셴코의 이번 발언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